30대의 부동산 만능주의, 누가 부추겼나 [김하나의 R까기]

입력 2020-03-15 12:02   수정 2020-03-15 14:42


30대 직장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돈'일 것이다. 금수저나 욜로족이 아닌 이상 공부를 계속하건 직장을 옮기건, 연애나 결혼을 하건 말이다. 선택에 있어서 걸림돌이자 큰 산은 '돈' 문제로 연결된다. 그렇다보니 30대는 재테크의 유행을 잘 탄다. '돈 좀 된다'에 쏠림이 심하다.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불려보려고 코스닥, 해외주식, 비트코인, P2P펀드까지 뛰어든다.

지난해부터 30대들 사이에 '부동산'이 이슈로 떠올랐다. 부동산은 큰 돈이 있어야 하고 결혼을 해야 고려하는 것인 줄 알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미혼기간, 빨리 찾고 싶은 나만의 보금자리. 무엇보다 치솟는 집값을 보고 있노라면, 월급으로는 턱도 없는 지경이 됐다. 서둘러 집을 사려고 해보지만, 대출도 안된단다. 청약을 해보려해도 특별공급 조건은 물론이고 30~40점 대로는 어림없는 상태다.

30대들이 부동산 투자를 '단타'로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차피 못 살 바엔, 이용해서 돈이나 벌자'다. 이른바 '부동산 만능주의'다. 최근 주식시장의 폭락과 맞물려 이러한 부동산 만능주의는 더 확산되고 있다.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서 번 돈보다, 무리해서 집 산 친구의 자산이 더 늘어있는 게 현실이다.

마음과 머리의 공감은 따로 논다. TV프로그램 <나혼자 산다>를 보면서 '나도 저기 가봐야지', '나도 저거 먹어봐야지'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출연자 대부분이 건물주이고 서울 핵심지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효리 언니는 제주도에서 저렇게 사네. 나도 한번' 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부동산을 처분하고 한남동에 빌딩을 일찍이 매수했다.

이미 부동산 판은 30대를 중심으로 젊은층이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 '중년 고시'라 불렸던 공인중개사 시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0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서 합격자 중 절반 이상이 30~40대였다. 40대(9256명)가 전체 34%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30대(6486명)로 24%였다. 젊은 층이 시험에 뛰어들면서 합격률도 높아졌다. 합격자가 2만7078명이었는데, 이는 전년(1만6885명)보다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합격률 역시 21%에서 36%로 올랐다.

무순위 청약을 일컫는 '줍줍'에도 젊은 층이 몰린다. 미계약분으로 남은 아파트를 통장없이 신청을 받아 추첨하는 청약 말이다. '돈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너도나도 6개월 뒤 전매를 꿈꾸면서 수도권 무순위 청약에 몰렸다. 그 정점을 찍은 게 경기도 수원시 팔달6구역 재개발인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이었다. 무순위로 42가구를 모집하는 데 접속자가 한번에 10만명이 넘게 몰리면서 사이트가 다운되는 북새통을 거쳐 6만7965명이 접수했다.

놀라운 건 당첨자들의 면면이었다. 당첨자 중 20대가 11명(26.2%), 30대가 21명(49.9%)으로 전체의 76.1%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청약이 가능한 최연소 나이인 만 19세(2000년생)도 2명이 포함됐다. 이렇게 뽑힌 까닭은 30대가 특혜를 받아서가 아니다. 모집단(母集團) 자체에 30대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일(16일)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예비당첨자 비율이 300%로 확대할 예정이다. 수도권 비규제 지역과 광역시에 대해 예비당첨자 비율이 40%였지만, 이제는 300%까지 늘어난다. 본청약이나 예비당첨자 선정 이후에도 미계약, 부적격 취소 등으로 잔여분이 생기면 시행하는 무순위 청약에 부작용이 있다고 봐서다. 부작용으로 지적한 건 현금 동원력이 있는 다주택자 등이 청약받는다는 것이다.

무순위 청약에서 다주택자들을 우선적으로 뽑았을까? 복불복으로 당첨자를 선정했고, 30대들은 신청이 많다보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젊은 층의 줍줍 당첨을 놓고 '자금출처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돈되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부동산을 불로소득'이라며 비난만 할 게 아니다. 30대는 일하면서 인정받기 시작하고 탄탄한 미래를 꿈꿔야할 시기였다.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돈이 되는 곳을 찾아다니는 세대가 됐다.

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주 요동치면서,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6개월(3월 16일~9월 15일) 동안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수년간 공매도 금지를 외쳤던 개인투자자들은 뒷북이라고 비난을 하고 있다. 부동산도 취약계층이 되어버린 30대들의 요구가 뭔지 들어봐야 한다. 왜 그들이 집을 사는 곳으로만 여기지 않는지, 부동산에 올인하는지, 부동산만 바라보는지 등을 듣고 정부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뒷북이 아니라면 좋겠지만 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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