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돈 된다, 화물로 버티자"…대한항공 노는 여객기→화물기로

입력 2020-03-15 17:33   수정 2020-03-16 00:5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사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외국 항공사들의 항공편이 줄어들자 국내 화주들이 국내 항공사에 화물 운송 물량을 집중적으로 맡기고 있어서다. 연초 내리막길을 걷던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경기 위축으로 물동량은 줄었지만 이보다 항공기 공급이 더 감소했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여객기에 화물만 실어나르는 아이디어를 내며 화물 부문 강화를 주문했다. 아시아나항공도 18일부터 호찌민, 타이베이에 여객기를 통해 화물을 운송할 계획이며 노선 확대도 검토 중이다.

여객 노선 끊기자 화물기에 수요 몰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화물기 35대는 현재 100% 운항 중이다. 세계 136개국이 한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를 내렸지만 화물기는 여전히 운항을 허용하고 있어서다. 기내에 실리는 화물량은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월보다 화물 적재율이 10%가량 늘어 거의 꽉 찬 상태로 운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 사업이 예상치 못한 호재를 맞은 것은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가 멈춰서면서부터다. 세계 각국이 한국발 비행기에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외국 항공사들이 한국발 노선을 대폭 줄였다. 통상 항공사들이 화물 운송량 중 40~50%를 여객기의 화물칸에 싣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화물기 공급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자연스레 이들 항공사 여객기에 실리던 한국발 화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몰렸다.

화물 항공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운임도 상승했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항공화물운임지수인 TAC에 따르면 홍콩에서 북미로 향하는 화물 운임은 이달 둘째주 ㎏당 3.59달러로 2월 넷째주보다 12.5% 상승했다. 중국~북미 간 화물 운임은 2배 이상 올랐다. 지난해 11월부터 하락하던 홍콩~유럽 간 운임도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싱가포르 등 아시아 내 국가를 오가는 화물 운임은 한 달 전보다 3배 이상 급등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은 쌓여 있는데 실어나를 화물기 공간이 부족해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화물 실적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객기로 나르던 화물 수송량이 감소하면서 전체 물동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서 일부 공장이 조업을 재개하는 것도 운임 상승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화물 운임이 최소 2개월 이상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

화물 사업이 항공사 불황 돌파의 ‘묘수’로 떠오르면서 대한항공은 발이 묶인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베트남 호찌민 노선에 약 20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A330-300을 화물기로 투입했다. 비행기 내 좌석은 비워두고 화물칸에 반도체, 전자제품, 농산물 등 화물만 싣는 방식이다. 이는 조 회장이 최근 대한항공 임원회의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시장 급변에 맞춰 새로운 수요를 적극 창출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며 “주기료(비행기의 주차료) 등 비용 절감을 위해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최근 회원사에 보낸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분석 의견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조 회장에 대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경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을 권고했다.

이선아/김보형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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