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화물차 '안전운임', 물류경쟁력도 생각해야

입력 2020-03-20 17:54   수정 2020-03-21 00:04

수출입 화물을 이동하는 데는 화물자동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들 화물자동차 차주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대가인 운송료가 너무 낮아 개선이 필요했다. 오랜 논의 끝에 ‘안전운임제’라는 명칭의 제도가 도입돼 이달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차주들에게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수출화물은 수출자의 공장에서 부두까지, 수입화물은 부두에서 수입자의 공장까지 운송하며, 자동차가 사용된다. 부산항에는 큰 배로 싣고 온 화물을 작은 배에 실어 중국의 목적지로 가는 화물이 많다. 이런 환적(換積)화물의 부두 내 이동에도 자동차가 필요하다. 모두 안전운임제의 적용 대상이다.

안전운임제는 안전운임보다 낮은 금액을 운임으로 정한 운송계약을 무효화함으로써, 화주와 운송업자들에게 적정운임 이상을 지급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안전운임에는 운송원가에 적정이윤이 반드시 합산돼야 한다고 화물자동차운송법은 정하고 있다.

수출입화물은 물류(物流)라는 큰 흐름을 통해 이동한다. 하나의 물류기업이 전체 흐름을 책임지고 화물을 이동한다. 이 물류기업은 해상운송은 물론 육상운송과 하역작업 등을 포함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 정기선사는 차주에게 육상구간에 대한 자동차운송을 의뢰하고, 그에게 보수를 지급한다. 그 보수는 자신이 화주에게서 수령한 전체 보수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전체 물류흐름의 참여자 중 특정 당사자에게만 적정이윤을 보장하면, 다른 참여자들의 수입은 감소하게 된다.

물류는 국제적인 사업으로 하나의 시장 안에서 움직인다. ‘화주-정기선사-차주’로 이어지는 물류망에서 정기선사가 안전운임 지급의 의무자가 된다. 정기선사는 안전운임 지급의무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증가한 비용 부담을 화주에게 전가하고자 운임을 높게 책정하면 경쟁력을 잃는다. 결국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또 외국 정기선사들은 환적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부산항에 기항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더구나 해상운송계약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운임이 결정되는데, 전체 물류 흐름의 일부를 구성하는 자동차 운송부분에 대해서만 일정한 금액 이상의 운임을 법률이 보장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반한다.

과거 정기선사들은 여러 선사들이 연합해 운임을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적정운임 확보에 나섰다. 이를 ‘동맹제도’라고 불렀다. 1990년대부터 동맹제도는 독점금지법 위반이란 이유로 폐지됐다. 이에 따라 정기선사들은 완전경쟁 아래 놓였고, 운임은 떨어져 적정이윤을 확보할 수 없었다.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전운임의 인상분이 지나쳐 우리 정기선사나 부산항이 국제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제운송의 경우 정부·화주·정기선사·차주들이 모여 공적기금을 마련하고, 적정이윤을 포함한 안전운임의 일정 부분을 여기서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년 일몰제로 시행된 이 제도가 잘 정착돼 차주들을 보호하면서도 국내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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