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 무제한 달러로 기업 지원까지 나선 美 중앙은행…한은은?

입력 2020-03-24 13:50   수정 2020-06-21 06:12



"미 중앙은행(Fed)은 무제한 채권 매입이라는 카드를 갖고 '올인'했다."

Fed가 23일(현지시간) 양적완화(QE)의 기존 7000억달러에서 무제한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걸 보도한 뉴욕타임스(NYT)의 기사 제목이다.

Fed는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긴급 인하한 걸 시작으로 거의 매일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 싸움에 재정 부양책이 실종된 사이 Fed가 위기를 막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Fed는 기본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썼던 정책들을 교본에서 모두 꺼내쓰고 있다. 그때와 달라진 건 세가지다. △시장을 앞서가는 속도 △무제한으로 상징되는 막대한 달러 동원 △시중은행뿐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아우르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Fed의 속도 전례없이 빠르다"

Fed는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긴급 인하에 이어 15일 전격적으로 제로금리를 선언했다. 시장은 당초 18일로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75%포인트를 내릴 것으로 봤지만, 그보다 속도가 훨씬 더 빨랐고 인하폭도 컸다.

그 뿐 아니다. 17일 '기업어음(CP) 매입기구'(CPFF)와 프라이머리딜러 신용창구(PDCF), 18일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유동성 기구'(MMLF), 19일 한국 등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계약, 이날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신용기구(PMCCF), 세컨더리 마켓 기업신용기구(SMCCF), TALF 등을 설치하는 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때는 2007년 12월 첫 유동성 지원기구를 설립했고, TALF가 설치된 것은 2009년 3월이었다. 약 1년4개월 걸렸던 일을 3주만에 끝낸 것이다. 코너스톤매크로의 로버트 펄리 파트너는 NYT 인터뷰에서 "시장 대응 속도가 전례없을 정도로 빠르다"며 "필요한 순간에 행동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막대한 달러 살포다. 지난 15일 7000억달러 규모(국채 5000억달러, 모기지 2000억달러)의 QE를 발표한 Fed는 이날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채권을 사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주에만 매입하려는 규모가 국채 3750억달러, 모기지 증권 2500억달러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0년 첫번째 QE를 발표했던 Fed가 2010년 1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6000억달러 규모를 사들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QE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운용도 마찬가지다. 공개시장 조작업무를 맡고 있는 뉴욕 Fed는 지난 12~16일 레포 운용액을 2조달러까지 증액했다. 지난달 말까지 하루짜리 레포에 1000억달러, 14일짜리 250억달러를 운용하던 것을 하루짜리 1조달러, 한달짜리 5000억달러, 3개월짜리 5000억달러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재정 부양책을 통해 재무부가 Fed에 4250억달러를 보증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이 통과되면 Fed는 그 10배수준인 4조달러를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된다.

세번째는 Fed가 민간기업에까지 직접 자금을 공급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날 회사채 매입을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금융위기 때도 Fed는 회사채에는 손을 대지 않고 은행의 은행, 즉 중앙은행 역할만 해왔다. JP모간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WSJ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Fed가 사상 처음으로 중앙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Fed는 이날 회사채 시장과 관련해 PMCCF와 SMCCF를 설치했다. PMCCF를 통해선 회사채 발행이 막힌 투자등급 기업에게 4년동안 브릿지론을 제공하며, SMCCF에선 투자등급 우량 회사채 및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에 나선다. 매입 대상은 만기 6개월 미만으로 투자등급 이상인 기업의 채권이다.

Fed는 또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른바 '메인스트리트 비즈니스 대출 프로그램'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회사채 매입은 세금으로 기업 부실을 메워주는 것이란 비판이 있었지만, Fed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전격 행동에 나섰다. NYT는 PMCCF와 SMCCF는 본질적으로 시중은행과 월가 딜러를 우회해 기업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처럼 주식 ETF도 매입할까

Fed는 앞으로도 쓸 수 있는 도구가 남아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전화해 '정말로 잘했다'고 말했다"며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화살집에 다른 화살들도 갖고 있다"고 추가 조치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우선 재정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면 재무부가 지원하는 4250억달러를 바탕으로 Fed는 기존 대출시설( MMLF, CPFF, PMCCF, SMCCF 및 TALF)의 매입 능력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또 2007년 도입했던 '기간입찰대출창구'(TAF)를 다시 설치할 수 있다. 현재 은행들을 대상으로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할인창구를 만들어지만, 은행은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까 이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브루킹스연소는 "TAF를 통해 이용 대상을 넓히고 조건도 완화하면 돈을 빌려가는 은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PDCF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을 24개 프라이머리 딜러에서 헤지펀드 등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

일부에선 일본은행처럼 직접 주식 ETF를 매입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7일 "만약 기준금리와 미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이 동시에 제로에서 오래 머무른다면, 금리인하나 국채 매입이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경우 광범위한 자산 매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본은행처럼 주식을 직접 사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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