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납부도 유예…전기료 인상 물 건너간 한전

입력 2020-03-31 17:13   수정 2020-04-01 01:44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이 올 하반기부터 전기요금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납부 유예 대책까지 내놓은 마당에 대표적 공과금인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요금이 자동 조정되는 ‘연료비 연동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벽 부딪친 전기료 인상

한전이 요금 인상에 나선 건 2017년 탈원전 정책 시행 후 누적돼온 영업적자 탓이다. 2016년만 해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12조16억원의 이익을 냈던 한전은 2018년 2080억원, 2019년 1조35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143.4%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186.8%로 치솟았다.

최근 전기 사용 실태를 조사·분석한 한전은 조만간 요금 개편안을 마련한 뒤 하반기부터 주택·산업용 요금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었다. 전력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전력 저소비 가구에 일괄적으로 4000원씩 깎아주는 필수 사용량 보장공제 제도도 폐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정부는 대구·경북 등 피해가 집중된 지역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전기요금을 6개월간 50%씩 깎아주는 데 이어 저소득층 등 477만2000가구에 납부도 유예해주기로 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낮춰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올릴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전이 마지막으로 전기요금을 올린 건 2013년 11월이다. 당시 고유가가 지속되자 주택용은 2.7%, 산업용은 6.4%를 인상했다. 작년엔 영업손실 속에서도 누진요금제가 논란이 되자 주택용에 한해 오히려 3.7% 인하했다.

급부상하는 연료비 연동제 카드

새로 급부상한 전기요금 조정안은 국제 연료 가격과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원유 석탄 가스 등 발전 원가(전력 도매가격)의 변화를 전기 소매가격에 주기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한전 비용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60%에 달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 공급하는 도시가스의 경우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2개월마다 가격이 조정된다.

특히 작년 배럴당 평균 57.05달러(뉴욕상업거래소 기준)였던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올 들어 46.22달러로 뚝 떨어졌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유가 국면일 때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유가 하락으로 발전 원가가 낮아진 올해가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할 적기”라고 말했다.

다만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국제 유가 급등기에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는 점이 부담이다. 정부로선 국제 유가 상승 때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려면 한전의 원료 원가에 대한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지금 검토하는 연동제는 탈원전에 따른 적자를 메우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전이 올해도 전기요금을 조정하지 못한 채 국제 유가가 또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탈원전 정책 후 70% 선까지 추락한 원전 이용률이 정체 상태인 데다 가장 큰 수익원인 전력 판매 수요마저 감소하고 있어서다.

조재길/정연일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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