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코로나 공포에 질린 日…도쿄 명물거리도 인적 뚝 끊겼다

입력 2020-04-01 14:09   수정 2020-05-01 00:32


“아이구 이런 때 찾아주시다니…. 오늘 첫 손님이시니 여기, 제일 넓은 자리에 앉으세요!”

일본 도쿄도가 평일 야간 외출 자제를 요청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7시. 도쿄 주오구 ‘몬자스트리트’에 있는 유명 몬자야키 전문점 쓰쿠시야에 들어서자 텅 빈 가게를 지키던 사장과 종업원들은 숨통이 트인다는 표정을 지었다. 몬자스트리트는 300m 남짓한 골목에 몬자야키(오코노미야키의 일종) 가게 100여 곳이 모여 있는 도쿄의 명물이다.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덜 찾는 곳이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무관하게 단골 손님으로 밤늦게까지 북적거리던 거리였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가게의 절반가량은 일찌감치 셔터를 내렸다. 쓰쿠시야도 지점 두 곳은 휴업하고 본점 영업시간을 밤 11시30분에서 10시로 당겼다. ‘쓰쿠시야 아줌마’로 불린다는 여사장은 “30년 넘게 장사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긴자, 신주쿠 가부키초 등 도쿄 유흥가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유흥업소를 콕 집어 “이용을 피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의 대부분이 심야 유흥업소에서 옮은 것으로 확인됐다. 긴자에서 바 6개를 운영하는 호시 유이치 사장은 세 곳을 휴업했다. 그는 NHK에 “도지사가 ‘바’와 ‘클럽’을 명시한 이후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손님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긴자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 주고객인 미용실의 다구치 유 사장은 “오늘 손님은 0명”이라고 했다.

평일에도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자 일반 음식점과 가게에서도 ‘매출 제로’가 속출하고 있다. 신주쿠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TBS방송에 “입학식과 졸업식이 모두 취소돼 하루에 300개씩 팔던 꽃다발을 3월에는 하나도 못 팔았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가장 붐비는 만두집으로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서도 유명한 가메이도교자는 실내 영업을 중단했다. 테이크아웃 방식으로만 가게를 연 지난 토요일 판매량은 6540개로 평소(1만4000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벚꽃놀이를 즐기던 시민들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불과 1주일 새 도쿄를 중심으로 일본의 감염자 수가 두 배 늘었기 때문이다. 1일 0시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크루즈선 제외)는 2229명으로 처음 2000명 선을 넘어섰다. 하루 만에 도쿄에서 78명, 전국적으로 242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모두 최대다.

시민들의 공포는 숫자로 확인된다. 도쿄와 수도권 4개 현이 공동으로 주말 외출 자제를 처음 요청한 지난달 28~29일 신칸센과 도심 순환선인 야마노테선 이용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줄었다. 도쿄의 재택근무율이 70%까지 늘면서 간토 지역 의류 및 잡화점 내방객이 지난해보다 67% 감소했다.

문제는 코로나19를 감기몸살 정도로 여기는 젊은 층이다. 이동통신회사 NTT도코모의 조사 결과 3월 말 거주 지역으로부터 3㎞를 벗어나지 않은 시민의 비율은 67~72%였다. 정부의 외출 자제 요청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젊은 층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한때 ‘정부가 도쿄를 봉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지역에서 벌어진 생활필수품 사재기는 주춤하는 분위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봉쇄는 가짜 뉴스”라며 재차 부인하고, 일본 정부가 “쌀 380만t(190일분), 밀가루 93만t(70일분)을 비축하고 있어 식량 사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다. 식료품 업체들이 라면 20~30%, 파스타 면과 즉석식품은 각각 20%와 50% 증산한 것도 사재기를 진정시켰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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