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하는 국가, 추락하는 국가

입력 2020-04-13 09:00   수정 2020-06-01 09:49


우리는 종종 약자가 강자를 제압하거나, 작은 기업이 거대 기업을 추격해서 앞서는 이야기와 사례에 매우 흥미를 갖는다. 경제학에서도 이런 사례에 흥미를 갖는 것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오랜 경쟁자인 일본 소니를 2004년 매출액에서 추월했을 때 언론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에 비유했다. 추격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약자가 강한 상대를 넘어서서 추월까지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매우 흥미롭고 드라마틱하다.

국제 경제에서 추월의 드라마 써온 대한민국

20세기 이후 국제 경제에서 국가 간 추격과 추월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절정판은 아마 대한민국을 빼면 안 될 것 같다. 6·25전쟁 이후 희망이 없어 보이는 전 세계의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대 교역국, 2018년 ‘30-50클럽’(국민소득이 3만달러이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 2018년 말 현재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뿐이다)에 이름을 올린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반면에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한 유전자와 동일한 언어를 공유하는 북한은 어떨까? 영국 케임브리지 학파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조앤 로빈슨(Joan Robinson)은 1965년 북한을 방문한 뒤 미국의 사회비평지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경제를 ‘코리아 미라클’(Korea Miracle)이라고 했다. 북한은 전력공급망이 잘 정비돼 있고, 빈민가는 찾아볼 수 없으며, 노동자에게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의료서비스는 무료이고, 가난이 없는 국가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현재의 북한 경제는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146만원으로 한국의 1인당 GNI인 3363만원의 23분의 1로 세계 최하위 10% 수준이다. 또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북한에서 33만 명이 사망했다. 지난 반세기가 대한민국의 드라마틱한 추격, 추월의 시대였다면 북한은 드라마틱한 추락의 시기였음이 분명해 보인다. 직관적인 이유로 많은 경제학자가 그 원인을 시장경제와 대외 개방성에서 찾고 있지만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20세기에 국가 경제가 추락한 예는 상당히 존재한다. 불과 얼마 전인 1970년대까지도 동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사는 국가였고, 아세안(ASEAN) 창설을 주도한 필리핀은 2018년 1인당 GNI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11%에 불과한 나라가 됐다.

새롭게 떠오르는 국가에 주목해야

물론 자화자찬은 아직 이르다. 대한민국이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국가를 추격, 추월했지만 최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으로 본 국가 순위가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상대적인 침체의 국면을 맞고 있다. 일부 학자는 ‘우리도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가 평소에 개발도상국으로 여겼던 제 2세대 신흥 아시아 국가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인도 등의 성장은 국가의 장기적 경제적 흥망성쇠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필자의 경제학 세부 전공이 이런 것들을 연구하는 ‘경제추격론’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의 기본 과목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최근 신흥시장론을 가르치면서 신흥시장 국가들을 방문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경제추격론과 접목해서 도출한 성과들을 ‘신흥국이 궁금해’라는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런 성과물들을 지면을 통해 공유하는 것은 누군가의 추격, 추월, 추락에 대한 극적인 이야기이기에 우선 재미있겠고, 또한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적 동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에게 글로벌한 투자 기회가 있는지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의 대한민국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에 벌어진 국가의 흥망성쇠라는 주제 아래 필자가 직접 방문하고 연구한 국가를 중심으로 각국이 어떤 이유로 추격, 추월, 추락이라는 다른 경로를 걷게 됐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와 직관을 통해 독자들에게 흥미 있게 다가가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주제는 킬링필드의 희망이 없는 세계 최빈국에서 최근 아세안의 기대주로 꼽히는, 그리고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다.

오철 교수는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이며, 경제학 박사로 기술혁신이 주 연구 분야다. 기술보증기금 자문위원을 지냈다.

NIE 포인트

① 한 국가의 경제적 능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② 경제체제가 국가의 경제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③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소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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