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환의 모험자본 포커스] 코로나19가 가져온 화두 '거품'과 '현금'

입력 2020-04-17 14:54   수정 2020-05-05 10:12

≪이 기사는 04월16일(05: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여행이나 출장 등 인적 교류를 제한하면서 그 여파가 벤처투자 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창업 붐과 여행 수요의 증가 추세 속에 각광 받았던 여행, 관광, 공유 오피스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긴박한 현금 수혈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졌던 벤처 랠리가 기로에 서면서 시장의 화두도 변하고 있다.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는 코로나19 이전 벤처기업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과연 적정했는가다.

◆코로나19에 벤처기업 감원 본격화

공유 숙박 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최근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인 실버레이크와 TPG식스스트리트파트너스로부터 10억 러(약 1조 2000억원)를 차입금과 자본으로 투자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10억달러에 이르는 영업 손실이 예상되면서 급하게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차입 금리는 런던 은행 간 거래금리인 라이보(Libor)에 1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이다. 전체 주식의 1%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도 투자자들에게 부여됐다.



주목할 점은 주식 전환의 기준이 되는 기업 가치다. 투자자들은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를 약 180억 달러로 평가했다. 2017년 에어비앤비는 TVC, 구글캐피털, 세콰이어캐피털, 안데르센호로위츠 등 굴지의 VC들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시리즈F 투자를 유치하면서 31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바 있다. 코로나19 직전까지도 시장에선 400억 달러 이상으로 이 회사를 평가했다. 불과 두 달만에 기업 가치가 반토막난 것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세콰이어캐피털을 비롯해 에어비앤비, 디디추싱, 그랩 등으로부터 32억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 100억달러를 인정받은 인도의 저가 호텔체인 오요(OYO)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오요는 올초부터 최근까지 중국 및 인도 지역에서 약 5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오요는 인도와 중국을 중심으로 영세 사업자들이 난립해 서비스의 질이 낮았던 100실 이하의 소형 호텔 시장을 집중 공략해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올초 코로나19가 창궐한 중국 전역의 통행이 제한되고 끝내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오요의 빠른 성장 전략이 되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외에도 미국 전역에서 비상 재택근무 체제가 시행되고 식당들의 폐쇄가 잇따르면서 온라인 케이터링 플랫폼 ‘유니콘’ 이지케이터(ezcater)는 최근 직원 900명 중 4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식당관리 플랫폼 기업 토스트(Toast)는 3월 매출이 80% 감소하면서 전체 3000명 직원 가운데 절반 가량을 해고했다. 토스트는 지난 1월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 TPG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49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 받은 바 있다.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벤처투자

코로나19의 여파가 대공황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벤처 투자가들은 전염병이 바꿀 세상에 베팅하고 있다. 핀테크, 원격 근무, 온라인 쇼핑, 온라인 교육, 음식 배달 서비스 등 소위 ‘언택트’(비접촉) 산업군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유럽, 미국 등 전통 선진국에서 꾸준히 유지되던 현금(cash) 결제를 급격히 감소시키고 있다. 반면 모바일 및 신용카드 결제가 늘면서 핀테크 산업은 되레 수혜를 받고 있다. 지난 7일 샌프란시코 기반의 핀테크업체 쏘파이(So Fi)는 유타주 기반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인 갈릴레오 파이낸셜 테크놀러지를 12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 외에도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 제공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기간 동안 가정용 건강 진단기기와 원격 약제상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티토케어(Tyto Care)가 5000만달러를, 3만5000개의 브랜드를 확보한 온라인 쇼핑 운송 플랫폼 쉬포(Shippo)가 3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바일로 본사와 현장 간 소통 및 작업 관리를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캐나다의 워크잼(Work Jam), 영국의 정보보안 스타트업 프라이바이타(Privitar) 등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떠오르는 화두 ‘거품’과 ‘현금’

벤처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비판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리고 그 중심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펀드 1호’를 설립하며 연간 수십조원씩 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비전펀드는 당장은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시장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고 장래엔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보이는 업체엔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와 그랩,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 전자 상거래 업체인 쿠팡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상장(IPO)을 시도했다 무산된 위워크는 거품론의 중심에 서 있다. 상장 무산 직전까지 VC들로부터 47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 받았던 위워크는 상장 실패 이후 기업가치가 80억 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위워크를 살리기 위해 3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려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에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가치를 높여온 중국 스타트업들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판 스타벅스라 불리며 미국 나스닥 시장에도 상장한 루이싱 커피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 속에 감춰왔던 회계 비리가 드러나며 하루만에 주가가 75%가량 폭락했다. 2017년 설립된 루이싱 커피는 1년 만에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중국국제자본공사 등으로부터 4억 달러를 투자 받고 중국 기업 역사상 최단 기간에 유니콘에 진입해 주목 받았다.

한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 대표는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스타트업들에 대한 검증과 가치 재평가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이전부터 제기되던 기업 가치 거품 논란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기를 견뎌내기 위한 ’현금‘의 중요성도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에어비앤비처럼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이 급감하며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고, 오히려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어 매출이 폭증한 식자재 배송 업체 등도 운전 자금 마련을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리처드 워터스는 지난 10일 ‘위기는 실리콘밸리에 현금이 왕이란 사실을 상기시킨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기 침체 국면에선) 벤처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나중 얘기고 유동성이 전부다”며 “위기 직전 투자 받은 기업이나 펀딩을 마무리한 운용사는 위기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벤처 투자자들이 위기 속에서 최고의 기업이 탄생한다고들 말하지만 가혹한 재무 상황이 많은 기업을 쓰러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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