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코로나 이후…'큰 정부'의 함정

입력 2020-04-27 18:11   수정 2020-04-28 00:23

‘전쟁’은 중앙집권적 통제와 자원의 집중을 필요로 한다. 국가 권력이 커진다. 세금도 증가한다. 영국과 미국에선 각각 나폴레옹전쟁과 남북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소득세가 도입됐다. 국민들은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전쟁이 끝나도 ‘큰 정부’는 유지된다. 승전국은 승전국대로, 패전국은 패전국대로 ‘보상’과 ‘복구’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이 많아지고 권한이 세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 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당장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글로벌 셧다운으로 무너진 경제를 일으키는 일, 언제 또 닥쳐올지 모르는 감염병에 대비하는 일까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세계적으로 ‘큰 정부’가 보편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빅 브러더(감시자)’ 등장에 대한 경계다. 자가격리자 감시와 확진자 동선 추적 등에 개인 위치정보 등이 활용되면서 떠오른 이슈다. 《사피엔스》로 유명한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전체주의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각 나라의 국가체제, 시민사회 성숙도에 관한 문제다. 코로나 이전에도 사람들은 편의성을 위해 기꺼이 개인정보를 ‘뿌리고’ 다녔다. 한국은 특히 휴대폰과 신용카드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주민등록번호와 건강보험체계 등을 통해 온 국민의 정보가 촘촘히 디지털화돼 있다. 정부가 필요할 때 ‘동원’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법체계 안에서 ‘나의 정보’가 보호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불안에 떨지 않으며 일상을 살아간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주의 국가라면 감염병 대응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등 각종 ‘비상조치’들이 코로나 상황 종료와 함께 정상화될 것이다. 물론 ‘코로나 위기’를 정권 강화나 독재 연장의 계기로 삼는 나라들도 있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가 없었다면 다른 구실을 찾았을 것이다.

다른 측면은 경제분야 곳곳에서 정부 간섭이 커질 것에 대한 우려다. 경제위기 국면에 정부는 ‘해결사’로 등장한다. ‘돈 풀기’를 통해서다. 코로나 여파로 경제가 가라앉자 각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약 8조달러(약 9900조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도 240조원을 푼다고 했다.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한다. 경제충격이 확산하자 소상공인, 중소기업뿐 아니라 항공 해운 자동차 등 대기업 중심의 기간산업에도 40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기간산업 지원에 ‘이익공유’ 조건을 달았다. 기업이 정상화됐을 때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회수하기 위해 대상 기업 주식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당장 국영화, 경영개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의결권 제한을 법에 넣기로 하면서 의구심은 좀 가라앉았지만, ‘큰 정부’에 대한 민간의 경계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큰 정부’의 또 다른 리스크는 정부가 직접 많은 일을 하려 드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면 나라마다 의료, 교육, 돌봄 등 사회 인프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꼭 필요한 부문도 있지만 뭐든지 우선 ‘공공’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증세가 불가피하고, 민간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 효율성과 경쟁력 측면에서도 정부와 공공부문은 민간을 따라갈 수 없다. 초·중·고교생 60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단 보름 만에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LG CNS처럼 기술력 있는 민간 기업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엔 민간 기업이 맘껏 뛸 수 있게 해주고, 국가 비상시 이들의 능력을 활용하는 민·관 협력체계를 갖추는 게 ‘공공’의 확대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정부는 ‘몸집’을 불릴 게 아니라, 달라진 세상에 필요한 국가전략을 짜는 ‘머리’를 키워야 한다.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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