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자영업 사이 낀 中企…"대출 퇴짜에 갈 곳은 사채시장뿐"

입력 2020-05-05 18:09   수정 2020-05-06 01:0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대책을 연일 쏟아내는 가운데 적잖은 기업이 돈줄이 말라가는 ‘돈맥경화’로 빈사 상태에 빠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 이후 코로나19 피해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40조원 넘는 금융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수출신고필증에 발목 잡힌 벤처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블랙박스 및 카메라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P사의 강 사장(35)은 요즘 주변에서 돈을 빌리는 데 하루 대부분을 쓰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법인 설립 후 중국 선전의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40억원 규모 수출계약을 따내며 성장 잠재력이 있는 벤처기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일부 중국산 부품의 수입이 막혀 국내로 조달처를 바꾸자 제조 원가가 크게 올랐다. 원자재 조달 자금이 급해진 이유다.

코로나19의 파장이 시작된 2월 강 사장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었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에 정책 자금을 빌려준다는 소식을 접해서다. 온라인 대출 신청을 한 뒤 공단을 찾아갔지만 ‘거절’ 통보를 받았다. 수출신고필증(수출신고가 완료된 뒤 세관에서 발급하는 증명서)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강 사장은 “수출계약서는 있다”고 읍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강 사장은 보증지원기금을 통해 시중은행 대출을 시도했지만 다시 수출신고필증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수출계약이 파기되면 인건비도 못 건져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 낀 중견·중소기업에선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업종별로 차등이 심하고, 확실한 담보가 없으면 대출 신청 금액의 10분의 1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연명”

경기 화성시의 송정산업단지에서 자동차 부품 금형 설계를 하는 C사의 김 대표는 최근 10여 명의 직원에게 부분 휴업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뒤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부품 주문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해 매출이 50% 이상 감소하면서 회사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김 대표는 “휴업·휴직 조치로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는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주기 때문에 미리 여유분을 생산한 뒤 휴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4월 제조업 자금 사정 전망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는 69.1로 조사를 시작한 2015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100 미만이면 그만큼 향후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8곳(77.9%)이 필요한 자금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달 중순 전국 672개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은 석 달 뒤 자금 부족으로 업체 운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 대출한도를 넘겨 돈을 빌리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사채시장으로 떠밀리고 있다. 미국 등에 염색한 원단을 수출하는 기업들이 입주한 대구의 한 염색공단에선 120여 개 입주업체 중 25%가량이 사채를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 염색업체 G사를 운영하는 대표는 “회사 자산이 거의 모두 담보로 잡혀 있어 사재까지 다 털었는데 이마저도 모자라 사채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 여파로 혁신역량을 보유한 중소기업까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지원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단순 대출 지원뿐 아니라 정부와 민간의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민경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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