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조문객으로 왔다"는 이낙연 전 총리를 위한 변명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0-05-06 17:41   수정 2020-05-06 18:09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어린이날인 지난 5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조문 뒤 이 전 총리는 유가족과의 면담 자리에서 대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이 전 총리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않다"며 유가족을 달랬지만, 가족을 잃은 상심을 다독이지는 못했습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왜 발생했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명명백백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이유 역시 우리 사회가 반드시 돌아볼 일입니다.

다만 "등골이 오싹하다", "오만하다"는 이 전 총리에 대한 야당의 비판은 가혹한 면이 있습니다. 이 전 총리가 성난 유가족의 마음을 사기 위해 유가족의 해결사를 자처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무책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유가족의 분노는 진정시킬 수 있었겠지만, 현재로서 권한이 없는 이 전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말씀을 잘 전달하겠다", "(현재)국회의원이 아니다"라는 말이 최선이었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애도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듣기에 좋은 말일뿐만 아니라 틀린 말도 아닙니다. 하지만 맞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길 바라지만, 사고는 날 수도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가에 책임을 먼저 지우면,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대통령이나 정부에 화살을 돌리는 정치권의 오래된 관성 탓입니다. 일부 정치인은 사고를 역으로 이용해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얻으려고도 합니다. 이 전 총리 역시 이천 화재 사고 조문을 통해 정치적으로 무형의 이득을 얻으려고 의도했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 전 총리는 그러나 적어도 유가족에게 듣기 좋은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유가족에게 원하는 답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물론 슬픔에 젖은 유가족을 위로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한 사고를 정치화하지 않는 정치인의 모습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는 아프도록 이해한다. 유가족의 마음에 제 얕은 생각이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은 저의 수양 부족이다. 그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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