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운영자 24세 '갓갓' 검거…10·20대 '성범죄자' 넘쳐난다

입력 2020-05-11 15:52   수정 2020-05-11 16:37

성(性)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의 창시자인 ‘갓갓(텔레그램 닉네임)’이 경찰에 붙잡혔다. 갓갓의 정체는 24세 남성으로 밝혀졌다. n번방을 따라 ‘박사방’을 만든 조주빈 씨(25)에 이어 또 20대가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10대, 20대가 디지털 성범죄를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성범죄 이끈 10대·20대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미성년자 등 다수 여성의 성착취물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갓갓’ A씨(24)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9일 A씨를 ‘갓갓’으로 특정해 소환 조사를 하던 중 A씨의 자백을 받고 그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A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구체적인 혐의를 설명할 계획이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은 12일 오전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이뤄진다. 향후 A씨는 사건이 검찰로 송치될 때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도 있다.

n번방은 ‘박사방’의 원조격이다.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만들고 유포하는 범죄 유형을 만든 원흉으로 꼽힌다. A씨는 지난해 9월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며 n번방을 떠난 뒤 종적을 감춰왔다.

A씨 등 디지털 성범죄 대화방의 주요 운영자는 모두 10대, 20대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 그나마 연령대가 높은 운영자가 각각 24세, 25세인 A씨와 조씨였다. 박사방 운영 공범으로 지난달 검거된 ‘부따’ 강훈 군(18)과 ‘이기야’ 이원호 군(19)은 10대였다. n번방을 모방한 ‘제2의 n번방’을 운영해 재판을 받고 있는 ‘로리대장태범’이란 텔레그램 닉네임의 배모 군도 19세다.

이들을 포함해 지난 7일까지 경찰에 붙잡힌 디지털 성범죄자 430명 중 307명이 10대와 20대로 집계됐다. 10명 중 7명 꼴이다. 20대가 173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는 134명이었다. 이어 30대(90명)·40대(25명)·50대 이상(8명) 순이었다.

○“성교육 강화·유료회원 확실히 처벌해야”

전문가들은 피의자 대다수가 10대, 20대인 점을 주목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술을 잘 아는 세대에서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며 “10대, 20대가 ‘마켓 운영자’이고 30대, 40대가 ‘고객층’인 일종의 범죄 생태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성범죄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등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4일 “학교 성교육을 포괄적·체계적으로 손질하고 성인지 감수성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의 교육 분야 후속 조치를 논의한 결과다.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한 학생을 파악해 교육 및 상담, 징계 등의 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범죄 재발을 막으려면 대화방 유료회원을 샅샅이 수사,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돈을 내고 성착취물을 찾던 악성 이용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 중요하다”며 “웹하드에서 n번방으로 넘어온 이들은 n번방 폐쇄 후 또 다른 플랫폼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플랫폼에는 형사적 책임을 확실히 묻고, 성착취물을 분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예로 들었다.

n번방과 같은 범죄가 잇따른 것은 그동안 성착취물 등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하는 것을 성범죄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일각에선 여전히 ‘야동(야한 동영상)’을 봤을 뿐인데 단순 가담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는 목소리를 낸다”며 “소지는 물론 시청까지도 사법당국이 적극 처벌했다면 이 사태까지는 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상에서 시작한 성범죄는 오프라인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유 사무국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누군가 소비하거나 시청하지 않으면 생겨나지 않는다”며 “디지털 성범죄도 엄연히 성범죄라는 인식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은/김남영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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