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살릴 '40兆 인공호흡기'…은성수 "자금 지원 失期 없어야"

입력 2020-05-28 18:02   수정 2020-10-09 16:3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호흡 곤란에 빠진 대기업을 살려낼 ‘40조원짜리 인공호흡기’의 전원이 켜졌다. 산업은행은 28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은 회장,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7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간산업안정기금 출범식을 열었다. 심의회는 이날 첫 회의를 열어 내규, 운용 방안, 채권 발행 한도 등을 검토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항공·해운 등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했다. 최대 40조원 규모로 조성되며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가동된다. 미국 독일 등도 비슷한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출범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윤곽이 잡혔고, 1주일 뒤 법적 근거를 담은 산은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했다. 자금 지원의 원칙과 방식은 정해진 만큼 ‘신속한 집행’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은 위원장은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적시에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실기(失期)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 지원 대상, 누가 어떻게 정하나?

기간산업안정기금의 대원칙은 ‘국민 경제와 고용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 업종으로 일단 항공과 해운이 명시됐고, 필요성이 인정되는 업종을 추가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업종에 해당하면서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이면 신청할 수 있다.

지원 여부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심의회가 결정한다. 위원은 7명으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은행이 1명씩 추천했다. 의사결정은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이 원칙이다. 7명 중 최소 4명이 동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자동차부품업 등을 지원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LCC)는 차입금 규모가 작아 신청할 수 없다.


(2) 코로나 이전부터 부실해진 기업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의 또 다른 원칙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부실이 발생한 기업은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런 회사는 주채권은행 중심의 기업회생 프로그램을 활용하라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대표적 사례가 쌍용자동차다.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포함해 각종 지원을 원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는 “주채권은행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빠졌다’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첫 수혜자가 대한항공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없었던 만큼 기금의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3) 지원 대가로 어떤 자구노력 요구하나?

기간산업안정기금은 기업 여건에 따라 대출, 주식 관련 사채 인수, 자산 매수, 채무 보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된다. 다만 ‘정부 보증’이 붙는 기금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는 만큼 여러 조건이 붙는다. 우선 지원받은 날부터 6개월간 근로자 수를 최소 90% 이상(5월 1일 대비) 유지해야 한다. 은 위원장은 “이 기금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고용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해고 자제, 전환 배치, 복리후생비 감축 등을 담은 노사 합의사항도 제출해야 한다. 주주 이익 배당, 자사주 매입, 고소득 임직원의 연봉 인상, 계열사 지원 등도 금지된다.

산은은 고용부 등의 도움을 받아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약속을 계속 어기면 금리를 높이거나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4) 정부의 경영개입 소지 없을까?

‘정상화 이익 공유’를 명분으로 지원금액의 최소 10%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증권 취득 형태로 공급되는 점이 특징이다. 기업 상황이 좋아져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회수한다는 뜻이다. 계획이 발표될 당시 ‘경영 개입’을 넘어 ‘국유화’ 논란까지 불거졌던 이유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으로 취득한 지분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지원받는 기업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5) 민간은행 ‘우산 빼앗기’ 막을 방법은?

어려운 기업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하더라도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면 지원의 의미가 퇴색된다. 정부는 산은과 민간은행 간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 이런 ‘우산 빼앗기’를 막는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기업의 기존 대출금 상환은 유예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기존 대출금의 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것도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국가가 ‘꼭 살리겠다’고 찍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시중은행에도 기업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고, 은행장들이 협조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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