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공매도용 주식대여 국내선 막혔지만..” 해외 대여 늘리는 국민연금

입력 2020-05-28 17:47   수정 2020-05-28 17:49

≪이 기사는 05월28일(07: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주식에 대한 대여 비중을 높인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에 주식을 빌려준 것이 그들의 ‘실탄’으로 활용돼 증시 급락을 부추긴다는 비판 속에 2년 전 국내주식 대여를 중단하면서 관련 수입이 줄어든 것에 대한 보완책이다.

◆국내주식 대여 중단 손실 해외 확대로 만회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0일 열린 기금위에서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거래 향후 방향에 관한 사항을 비공개 보고했다. 지난 해 8월 아주대산학협력단에 발주한 ‘국내주식 대여거래 시장영향도 분석 연구용역’ 결과가 최근 나온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10월 정치권으로부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대여가 공매도 세력에 악용돼 주가 하락을 이끈다는 비판을 받고 국내 주식 대여를 중단한 바 있다.

주식대여 거래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해당 주식을 빌리기를 원하는 차입자에게 일정 수수료를 받고 빌려주는 거래를 말한다. 대여된 주식은 차익 및 헤지거래, 공매도, 매매거래의 결제 등 다양한 투자전략에 활용된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2000년 이후 장기 보유 주식을 기관 투자자들에게 빌려주고 대여 수수료를 받는 주식대여 거래를 주식 운용의 한 방법으로 활용해왔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에 부쳐졌지만 연구진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시장 시가 총액의 7%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내주식 대여가 공매도를 통해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대여를 통해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그보다 공매도 등으로 악용돼 주식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과 그로 인해 보유 주식의 가치가 하락해 얻는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국민연금은 2018년 10월 이후 이어진 국내주식 대여 중단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대신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전체 운용 자산의 22.5%인 166조 5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주식 내 대여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2018년 말 당시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그해 6월 말 기준 6291억 원의 주식대여 잔고를 갖고 있었다. 당시 전체주식 운용액 124조 7373억 원의 0.5% 수준으로, 전체 대여거래 시장의 0.8% 안팎이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대여를 통해 2014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총 766억 원, 연 평균 약 17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즉 규정 상으론 가능한 국내 주식 대여를 임의로 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되는 잠재적 손실 170억원을 해외 주식 대여를 통해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가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 시장과 달리 규모가 큰 해외 시장에선 단일 기관의 주식 대여가 대세에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며 “공매도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으로 평가했다.

◆"장기 투자하는데 부적절" vs "시장 변동성 커 적절"

최대한의 기금운용수익을 끌어내야 하는 국민연금이 연 170억원대의 수익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식 대여를 통해 운용위험과 관계 없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을 국민연금이 스스로 차버린 셈일 뿐 아니라, 사실상 주식대여 시장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비중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 용역 결과가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것과는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월 2일부터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대여를 중단한 10월 22일까지 대여된 주식(약 78억1895만 주) 가운데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빌려준 주식 수는 약 4458만 주로 0.57%에 불과했다. 외국인 투자자(42.62%)와 국내 증권사(28.99%), 자산운용사(9.31%), 은행(3.08%)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당시 국민연금 또한 “국민연금의 대여시장 내 비중을 볼 때 연금의 거래가 주식 시장의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기금 규모가 증가 추세로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국민연금은 시장 변동과 관계 없이 매수 중심의 기조를 유지한다”며 “장기 보유 주식을 대여해 추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대여 중단이 운용 수익률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선 적은 수수료 취득을 위해 매도 기회를 놓치기 보단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주식 대여는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빠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성립될 때 유효하다”며 “변동성이 큰 한국 시장에선 꼭 채택할 필요가 없고, 공매도에 대한 정부나 일반 여론을 감안하면 대여로 인한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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