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시동 건 巨與…"김종인도 발의했던 법안"

입력 2020-06-02 17:27   수정 2020-06-03 11:45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상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도록 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법 개정이다. 민주당은 연내에 상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 옥죄기 법안을 속전속결로 입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박용진, 이달 내 개정안 발의키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를 열고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만큼 상법 개정안 등을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달 내로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부적격 사내·사외이사 제재 및 해임 건의제 △집중투표제 및 전자투표 단계적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모회사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불법행위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별도로 뽑는 제도다. 박 의원은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는 대신 잘못된 판단에 대한 비판 의견을 낼 수 있을 때 우리 기업이 더 튼튼해진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2016년 7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야당이 반대하면서 입법화시키지 못했다.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 등도 상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미래통합당의 협조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은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대표 발의했던 법안”이라며 “법 통과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말했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시절에 제출된 법안과 대동소이하다”고 거들었다.

“기업지배구조는 문화의 문제”

전문가들은 토론회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현영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조사관은 “2019년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세계은행(WB) 회원국 190개 중 25위로 상위권”이라며 “기업 운영에 부담되는 법안을 계속 만들어 내기보다는 기존의 제도를 활용하고 기업 현실에 바탕을 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기업지배구조는 법과 제도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상법 개정 추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기업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중대표소송제나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할 경우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불필요한 주식 매입 등으로 손실이 발생해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주가 변동이 심한 편이라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에 취약한 구조”라며 “상법 개정안 통과가 국부 유출에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상법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도 연내 통과시키려 하고 있어 재계의 근심은 커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당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하기로 했으나 불참했다.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참여했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나 기업 관계자 등 기업을 대변할 수 있는 토론자는 참여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추 장관은 일정상 원래부터 참석하지 않고 서면 축사를 대신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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