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저렴해지는 수입차, 세금 내서 비싸지는 국산차

입력 2020-06-08 13:12   수정 2020-06-08 13: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를 뚫고 달린 수입차 시장이 하반기에도 세제 혜택을 받아 흥행가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활기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차 소비도 증가세다. 지난달 25일까지 승용차 수입액 8억3900만 달러(약 1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2% 증가했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4월도 승용차 수입액은 27.2% 증가를 기록했다. 1분기 승용차 수입액은 1.3% 감소했지만 이 역시도 일본 승용차 수입액이 44.2% 감소한 영향으로, 독일과 미국 등지에서 수입은 각각 48.1%, 31.7% 증가했다. 대부분 수입차 업계는 상반기 내내 호황이 유지된 셈이다.

하반기에도 수입차 시장의 전망은 맑다.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5%) 인하 방식을 7월부터 바꾸면서 감면 한도를 없앤 덕분이다. 정부는 개소세를 1.5%로 70% 인하하는 정책을 이달 말 종료하고 내달부터 3.5%로 30% 인하해 연말까지 유지한다.


이달 말까지는 개별소비세에 100만원 한도가 있어 대부분 차량은 부가세와 교육세를 포함해 최대 143만원의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7월부터는 고가 차량만 이러한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이전과 같은 절세 효과를 내는 기준선은 차량 출고가 6700만원(소비자가격 7667만원)이다.

출고가가 6700만원이 되지 않는 차량을 구입할 경우 내야 한 땐 개별소비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문제는 국내에 출시되는 대부분의 국산차가 이 같은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데 있다. 가령 공장도가 2857만원인 승용차는 현 기준에서 개소세 43만원을 내면 되지만, 내달부터는 두 배 이상 늘어난 100만원을 내게 된다.

국산차 가운데 세금 부담이 늘지 않는 차량은 제네시스 G80·GV80·G90, 기아차 K9 등 소위 고급차 4종에 그친다. 그나마도 옵션을 더해야 이 같은 개소세 감면이 크다. 6700만원 기준으로 순수 차량가격만 따지면 모든 트림이 6700만원을 넘는 국산 차량은 G90 한 종 뿐이다.

G80의 경우 모든 트림 가격이 이에 미달하며 GV80은 3.5 가솔린 터보 AWD, 3.0 디젤 AWD만 해당된다. 기아차 K9도 일부 트림만 해당 가격을 넘어간다. 결국 대부분 국산차는 세금이 오르는 셈이다.



반대로 가격이 비싼 차량은 내야 할 세금이 지금보다 줄어든다. 가령 출고가(수입원가) 1억원 상당의 벤츠나 BMW, 포르쉐 차량 등을 구입한다고 가정해보자.

개소세 70% 인하 혜택이 적용되는 이달 말까지는 총 1572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72만원 적은 1501만원만 내면 된다. 이러한 혜택은 차량 가격이 비쌀수록 더 늘어난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7000만원 이상 고가 승용차 판매량은 전체의 40%가 넘어는 총 3만1572대에 달했다. 1억원 이상 승용차만 따지면 올해 넉달동안 1만1602대나 팔려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 7603대에 비해 53%나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12만대에 달하는 7000만원 이상 고가 외제차가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 탓에 정부의 개소세 개편안이 결국 국산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수입차 소비자에게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자동차 개소세를 인하하는데, 혜택은 고가 수입차 구매자에 집중된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정상 운영되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정도"라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생산한 차량이 한국 시장으로 몰려오고 수입사 할인 등이 겹치면 수입차 판매량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세금으로 타국 기업의 배만 불려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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