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맛으로 독점 성공한 '마형사 왕갈비통닭'…자영업 과당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입력 2020-06-15 09:00   수정 2020-06-15 09:47


왕갈비통닭, 실제 있었다면 흥행 지속됐을까?

영화 ‘극한직업’의 왕갈비통닭처럼 상품 차별화를 통해 독점적 경쟁시장에 진입하는 모든 기업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독점적 경쟁시장에서도 ‘기업의 자유로운 진입·퇴출’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누군가 차별화된 상품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면 다른 누군가는 금세 ‘베끼기 상품’을 만들 것이다. 다수의 경쟁자가 생긴다면 개별 기업의 수요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차별화해 초반에 이득을 보는 기업들도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보기 힘들다.

한국 자영업 생태계는 이런 프로세스가 가장 잘 작동하는 곳 중 하나다. 한국 자영업엔 과당경쟁이 일상화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25.1%(2018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여덟 번째로 높다. 미국(6.3%) 독일(9.9%) 일본(10.3%) 등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대박 아이템이 생기면 그 시장으로 뛰어들 대기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만약 왕갈비통닭집이 실존했다면 한국의 자영업 특성상 유사 브랜드들의 치열한 시장 나눠먹기가 진행됐을 것이다. 실제로 ‘극한직업’ 영화 이후에 다수의 왕갈비통닭 치킨집이 생겼다. 단지 영화였어도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몰렸는데 실제 왕갈비통닭이 대박 아이템으로 등장했다면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을 것은 자명하다.

퍼플오션 전략도 있지만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고반장(류성룡 분)네가 개발한 왕갈비통닭은 새로운 메뉴다. 하지만 동시에 익숙한 치킨이기도 하다. 기존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치킨의 소스를 갈비양념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우리는 여기서 ‘퍼플오션(purple ocean)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퍼플오션 전략이란 레드오션(red ocean)과 블루오션(blue ocean)의 중간개념이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블루오션 상품보다 기존의 익숙한 레드오션 상품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조금 다른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퍼플오션 전략은 블루오션 전략의 대체 전략으로 등장하게 됐다. 블루오션이란 개념은 2000년대 중반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당시 수많은 기업이 블루오션 전략을 고민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블루오션을 찾는다고 해도 경쟁자들이 쫓아와 금세 레드오션이 되곤 했다. 이에 아이디어 연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퍼플오션 전략이 주목받게 됐다.

국내엔 퍼플오션 전략으로 큰 성과를 거둔 상품이 이미 많이 나왔다.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인 사례다. 허니버터칩은 기존 감자칩에 고소한 버터의 풍미를 입혀 출시된 과자다. 2014년 8월 출시한 이후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3개월 만에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폴더블폰’도 퍼플오션 전략의 결과물이다. 과거 블루오션이었지만 현재는 레드오션 상품이 된 스마트폰, 이를 뛰어넘는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비용이 불가피하다. 삼성은 간단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이를 돌파한다. 화면을 이어 붙여 폴더블폰 시장을 개척했다.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 각광받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 전략’도 퍼플오션 전략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원소스 멀티유즈란 기존에 인기 있었던 만화나 소설 등을 토대로 영화, 드라마 등을 제작하거나 원작의 캐릭터를 상품화해 완구류, 의류 등에 적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자영업 문제의 핵심은 과당경쟁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라면 한국 자영업자는 두 가지 중 하나다. 하나는 그저 그런 메뉴로 장사를 해 가격차별화가 되지 않아 경영난에 허덕이는 경우, 다른 하나는 차별화를 통해 성공을 거뒀지만 과당경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다. 그만큼 한국에서 자영업은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 폐업률(신규업체 수 대비 폐업업체 수)은 89.2%(2018년 기준)다. 2016년 77.7%, 2017년 87.9%에서 계속 증가 추세다.

정부는 다양한 자영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는 제로페이, 최저임금 상승분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런 식의 정부 대처는 증상만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자영업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과당경쟁 구조에 있다. 과당경쟁은 일자리 만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경제를 활성화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일자리가 넘치도록 해야 너도나도 자영업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영화 후반부 마약조직의 수장 이무배(신하균 분)가 “치킨집 하면서 왜 목숨을 걸어?”라고 비아냥거리자 고반장은 울컥한다. 그러곤 “니가 소상공인 모르나 본데... 우리는 다 목숨 걸고 해!”라고 소리친다. 생사를 오가며 오늘도 고생하는 이 땅의 수백만 자영업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장면이다.

구민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kook@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각각의 특성은 어떠할까.
②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소기업 이상의 일자리를 늘려 이들을 흡수하는 것일까.
③경쟁은 제품 가격을 낮추고 상품 및 서비스의 질을 높여 소비자 편의를 증진시키며 경제 혁신을 유도하는데, 생산자와 판매자 보호를 위해 과당경쟁을 억제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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