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환의 모험자본 포커스]KKR, "코로나 고통분담..자문료 15% 깎아달라"..자문사들은 '전전긍긍'

입력 2020-06-17 11:01  

≪이 기사는 06월16일(07:5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투자 자문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회계법인, 법무법인, 컨설팅업체 등 자문사들에 15%의 자문료 할인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KKR이 대규모 손실에 직면하자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나선 것인데, 자문업계는 KKR의 행보가 전체 투자 업계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최근 KKR 미국 그룹은 EY(회계), 심슨대처바틀렛(법무)을 비롯해 정보업체, 컨설팅업체 등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온 자문사들에게 15%의 자문료 할인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글로벌 사모펀드가 자문사에 자문료 인하를 요구한 사실상 첫 사례입니다.

KKR이 자문사들에 고통 분담을 요구한 배경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KKR이 1분기에만 42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된 것이 꼽힙니다. 투자 업계선 코로나19의 여파는 2분기 이후 본격 반영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기업 인수합병 뿐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헷지펀드, 사모대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2000억 달러(240조원)을 굴리는 KKR 입장에선 2분기 이후 닥칠 충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입니다.

KKR은 코로나19발 위기에도 웰라(Wella)와 클레롤(Clairol)등 브랜드가 포함된 미국 화장품 회사 코티(Coty)의 뷰티 관련 신설 법인 지분 60%를 40억 달러에 인수하고 50억 유로를 투자해 스페인 통신회사 마스모빌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체적인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낮아진 현재 상황이 사모펀드 입장에선 우량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KKR은 눈 앞에 닥친 손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늘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와 비례해 늘어나는 자문 비용 감축에 나선 것입니다.

이에 자문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FT에 따르면 많은 자문사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매우 짜증나는'(galling) 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론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인수합병(M&A)을 비롯 다수의 투자건이 무산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에서 초대형 고객인 KKR의 요구를 무작정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KKR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 결국 경쟁사에 좋은 일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와중에 일부 자문사들은 되려 KKR에 15% 이상의 할인을 제시하는 대신 향후 딜에서 자신들을 써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자문업계 내의 치열한 경쟁의 현실 속에서 자문사들이 제 살 깎아먹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KKR의 이 같은 행보가 전체 사모펀드 업계의 트렌드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M&A를 비롯한 투자의 핵심 주체로 사모펀드가 부상하면서 그 위상 또한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또한 이 흐름의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 한국에선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자문료 깎기가 성행했습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사모펀드 시장이 성장하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면서 자문료는 일부 회복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KKR이 미국 내에서 자문료 인하 요구에 나서면서 "그래도 글로벌 사모펀드가 후하다"는 기존의 관념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KKR은 최근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산업·의료용 폐기물을 처리하는 이에스지(ESG)그룹을 9000억원에 인수하고 지난 3월엔 국민연금이 매각에 나선 충무로 남산스퀘어 빌딩을 5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한국 시장의 큰 손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KR의 수수료 인하 흐름이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될 경우 한국의 사모펀드들 역시 자문료 인하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사모펀드의 숫자는 721개로 2015년 이후 4년만에 2.3배가 증가했습니다. 지난 해 사모펀드가 투자를 집행한 금액은 16조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내놓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서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쟁쟁한 대형 금융사를 제치고 MBK와 JKL파트너스 등 사모펀드가 인수자로 선정되는 등 위상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KKR의 수수료 인하 요구는 업계 트렌드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문업계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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