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로 쌓아올린 色의 내면을 보다

입력 2020-06-17 17:14   수정 2020-06-18 03:13

작가 김덕한(39)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배재대 칠예과)에선 중요무형문화재 및 명인들에게 옻칠을 공부했다. 옻의 역사와 화학적 분석, 옻나무 기르기와 옻 채취법 등 재료를 대하는 작가의 기본자세를 이때 배웠다. 명지대 대학원에서는 문화재보존관리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재수리기능사(옻칠공·도금공)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30대 초반까지 전국의 사찰에서 불상을 복원했다. 세월의 더께 속에 훼손된 불상의 표면을 벗겨내고 다시 칠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마침내 작업의 단초를 찾았다. 전통도료인 옻칠을 바탕으로 다양한 현대미술 작업을 시작한 것. 옻칠에 안료를 섞어 만든 색들을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패널 등 다양한 재료에 반복적으로 쌓아올린 뒤 사포로 갈아내는 작업이다. 그동안 쌓였던 색들은 사포 작업을 통해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

대전 만년동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덕한 개인전 ‘The Propagation:단편적 이미지들의 군집’은 그의 이런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구(球)의 표면에 색을 입힌 뒤 갈아낸 ‘Compressed’ 시리즈, 알루미늄 막대에 색을 입히고 깎아낸 설치작업 ‘Division’ 시리즈, 패널에 색을 입힌 ‘Overlaid’ 시리즈 등 평면·설치·압체를 망라한 작품 100여 점을 내놓았다.

출품작은 각각 하나의 작품인 동시에 수십 개가 모여서 또 하나의 큰 작품을 이루기도 한다. 옻칠을 기반으로 한 작품의 색감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감을 자랑한다.

김 작가는 “현재의 모습은 과거가 누적된 것”이라며 “옻의 색으로 쌓아올린 화면을 다시 사포로 갈아내는 것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이라고 했다. ‘나의 기원’을 찾으려면 지나간 흔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 이번 전시에 20년 가까이 써온 붓과 도구, 사포, 다 쓴 옻칠 통 등을 함께 내놓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김복수 미술평론가는 김 작가의 작업에 대해 “매끄럽게 갈아낸 추상 작업은 옻칠 특유의 색감들이 어우러져 장식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은 치열하다”며 “노동과 시간이 합쳐져 쌓인 층위를 드러내는 것이 작업의 중심”이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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