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교수는 한족 중심의 중국사에 밀려 소외됐던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중국 편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이곳이 수천㎞에 달하는 고대 중요 동서교역로인 실크로드의 진수이자 요충지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편을 시안이나 뤄양부터 썼다면 자칫 중국사 전체를 한족 중심의 중화주의적 관점으로 휩쓸려 보게 됐을 것”이라며 “이번 책을 통해 서역이라 불리며 중국 통치 범위 바깥에 있던 곳의 역사를 먼저 끌어안아 이야기함으로써 한족 역시 55개 민족 중 하나라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 교수와 답사 일행은 화염산을 배경 삼아 수려하게 펼쳐진 석굴사원인 베제클리크석굴과 대형 고대 도시와 무덤이 있는 투르판부터 키질 석굴과 쿰투라석굴, 수바시 사원터 등 신장 지역 불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오아시스 도시 쿠차 등을 지난다. 이후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고 불리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종단한 뒤 남로를 달려 중국 실크로드 서쪽 끝에 있는 카슈가르에서 대장정을 마친다.
저자는 실크로드 주요 지역과 유물, 풍광 곳곳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역사와 문화, 사람, 자연이 어우러진 실크로드의 신비함을 전한다. 그는 “타클라마칸 사막과 천산산맥은 내가 갖고 있던 자연에 대한 상상력을 뛰어넘은 곳이었다”며 “무엇보다 사라진 실크로드의 고대 국가들을 통해 국가를 갖지 못해 겪는 민족의 설움이 얼마나 큰지, 나라와 역사를 지키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민족인지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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