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 K팝 신기록 행진vs저작권 다툼·조작…혼돈의 '유튜브 시대'

입력 2020-07-04 11:59   수정 2020-07-04 12:01


현재 우리는 걸어다니면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동일한 영상을 시청하고 댓글로 소통하는 '유튜브 시대'에 살고 있다. OTT(Over The Top) 플랫폼의 발달로 손 쉽고 편리하게 각종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됐고, 보다 폭넓은 범위 안에서 원하는 영상을 취사 선택 가능한 환경이 됐다.

찾는 이들이 많아지니, 덩달아 제공하고자 하는 이들도 넘쳐나고 있다. 음식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부터 일상을 비추는 브이로그, 온종일 게임을 하는 '겜방', 내내 고양이를 보여주는 '냥방'까지 다양하다. 부담 없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수의 연예인들까지 유튜버를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면 유튜브는 '콘텐츠 시장'에 가깝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며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선택을 받기 위해 무리한 전략을 펼치거나 콘텐츠를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끼리 상충하는 일들도 있다.

2018년 초등학생 장래희망 10위권에 첫 등장한 유튜버는 지난해에도 3위를 차지하며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 직업이 됐다. 유튜브는 방송에 비해 제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보다 다채로운 소재로 자유롭게 영상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다. 자율성이 보장되고, 진입 장벽도 높지 않아 '유튜브 시장'은 어린 연령층까지 공략할 수 있었다.

까다로운 제약이나 제한이 없다는 것은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국가, 연령, 성별 어떠한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전 세계인이 동등하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에 유튜브에서 기록되는 수치는 그야말로 '글로벌 대중성'의 지표가 됐다. 특히 세계 각국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K팝과 유튜브의 결합은 문화적 측면에서의 순기능을 이끌어냈다. 한류의 세계화에 발맞춰 앨범으로 세우는 기록만큼이나 물리적인 국경이 없는 OTT 상에서의 수치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된 것이다.


지난달 컴백한 그룹 블랙핑크의 사례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블랙핑크는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으로 컴백한 이후 연일 유튜브 상에서 K팝 최초·최고를 넘어 세계 신기록까지 세우고 있다.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약 32시간 만에 1억 뷰를 돌파한 데 이어 7일 만에 2억 뷰를 넘어섰다. '룩 왓 유 메이드 미 두(Look What You Made Me Do)'로 7.6일 만에 2억뷰를 달성, 최단 시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앞지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첫날 8630만 뷰로 '공개 24시간 내 유튜브 동영상 최다 조회수' 등 5개 부문을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올리기도 했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현재 4000만명을 넘겼는데, 이는 국내 단일 채널 최대 규모다.

이 같은 K팝의 신기록 릴레이는 외신 또한 주목하는 유의미한 성과로, 유튜브가 한류 촉진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더 포괄적으로 보면, '유튜브 시대'는 여전히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 순기능만큼이나 고민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구조적 문제들이 잔존해 있다. 유튜브 또한 수익을 발생시킨다는 시장 원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 하에 나타나는 부작용들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최근에는 영상 판매 행위를 두고 연예매니지먼트사와 방송사 간 마찰이 드러났다. 가수 등 대중문화예술인은 관행적으로 방송사와 매니지먼트 간에 계약서 없이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방송사가 영상에 대한 저작권을 갖는 것으로 해석됐다. 방송을 목적으로 출연한 것이기에 영상물을 방송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시청자들의 콘텐츠 이용 형태가 OTT 서비스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방송사들이 음악방송에 출연한 가수들의 영상을 잘라서 유튜브에 올리는 일이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모 방송사는 영상을 재판매하기 위해 매니지먼트사에 초상권 포기각서를 요구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는 곧 방송사가 방송을 목적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불공정한 행위이며, 저작권법상 인터넷 서비스 영상은 방송이 아닌 전송에 해당하므로 법적으로도 별도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방송국이 촬영한 영상물의 사용범위를 규정할 것을 요청했다. 본방송과 재방송 등 방송으로 사용하는 때에는 방송사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OTT에 편집물을 올리거나 VOD로 제공하는 등 방송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사전 협의된 바에 따르고, 미방송분 영상은 사전 협의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밖에도 구독자, 조회수 등을 끌어모으기 위해 점차 자극적인 변모하는 콘텐츠들도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유튜버 송대익은 배달원이 훔쳐 먹다 만 음식이 배달됐다며 조작 방송을 해 해당 브랜드에 피해를 입히고 사과를 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대한민국 정부 공식 유튜브 역시 방송인 김민아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지나친 장난을 치는 모습을 그대로 공개해 비난을 받았다. 결국 김민아는 "자극적인 것을 좇지 않고 언행에 각별히 조심하겠다"고 사과했다.

유튜브는 방송법의 규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친밀하게 콘텐츠를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앞선 사례와 같은 부작용들이 늘어나면서 자체 가이드라인을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성적 자극을 목적으로 민감한 부위를 묘사하거나, 시청자에게 성적 만족을 주기 위한 성인용품 사용, 성적 콘텐츠를 모아 편집한 영상 등에 연령제한을 걸거나 삭제조치를 내린다. 또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동영상 중 일부에서 댓글 기능 사용을 중지하고 있고, 미성년자의 라이브 스트리밍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달 말 '인터넷개인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보호 지침'을 발표,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이 역시 강제성 없이 콘텐츠를 제작·진행하는 아동·청소년과 보호자, 기타 제작자를 대상으로 한 자율 준수 지침에 그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유튜브 시대'로 깊숙이 진입하면서 이에 따른 명과 암도 점차 뚜렷해지는 중이다.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적절한 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질적인 물적 교환이 눈앞에서 이뤄지지 않는 콘텐츠 시장, 이곳은 공유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다. 접근이 쉽다고 해서 영향력까지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이용자와 제공자 모두 '유튜브 시대'의 특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주체적이며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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