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축은 꿈도 못꿔"…보금자리론의 배신

입력 2020-07-09 17:28   수정 2020-07-10 09:09


“무주택 서민은 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활용하면 된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현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됐지만 실수요자에겐 보금자리론이라는 길이 열려 있으니 오히려 “득이 되는 정책”이라고 했다. 보금자리론은 무주택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대표적 정책대출이다. 규제지역에서도 담보인정비율(LTV)이 최대 70%까지 나오는 유일한 상품이다. 서민용이라는 정책 취지에 맞게 가격이 6억원 이하인 주택을 구입할 때만 신청할 수 있다.
서울 6억원 이하 아파트 ‘품귀’
정부·여당의 호언장담과 달리 보금자리론으로 ‘인기 있는 좋은 집’을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서울 아파트 가운데 6억원 이하 주택은 씨가 말라가고 있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2017년 5월 62.7%(78만7277가구)에서 올 5월 30.6%(38만2643가구)로 낮아졌다. 보금자리론의 선택지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 기간 광진구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1만1209가구에서 841가구로 92.5% 급감했다. 동작구는 2만9162가구에서 2785가구로 90.4% 감소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도 보금자리론 대상 아파트가 90% 안팎 사라졌다. 마포구에 3881가구, 용산구에 712가구, 성동구엔 1319가구만 남았다.

뒤이어 집값이 상승세를 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도 사정은 비슷하다. 관악구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3만5307가구에서 1만6273가구로 반토막 났다. 서울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은 노원구에서도 11만6594가구에서 8만5865가구로 26.4% 줄었다.
‘인(in) 서울’ 힘들어지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6억원 이하로는 서울 내 저평가 지역의 구축(舊築) 아파트를 선택하거나 서울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 신축(입주 5년 이내)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3억8743만원에 이른다. 보금자리론으로는 빌라나 단독주택도 살 수 있지만 이용자의 대부분이 아파트를 선호한다.

지난 5월 기준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절반을 넘는 자치구는 여섯 곳뿐이다. 중랑구(구내 전체 아파트의 81.2%), 도봉구(76.5%), 노원구(73.9%), 금천구(73.6%), 강북구(70.1%) 구로구(59.4%) 정도만 남아 있다. 이들 자치구는 3년 전만 해도 94~98%가 6억원 이하였지만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보금자리론을 통한 내 집 마련은 지방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보금자리론이 처음 출시된 2004년에는 서울 이용자 비중이 21.2%였지만 지난해에는 10.7%로 낮아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17년만 해도 서울에서 3억원 이하(실거래가 기준) 아파트 거래가 전체의 2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10%에 못 미친다”며 “현실적인 시세 상황을 고려해 정책 모기지 대상 주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는 시중은행 주담대와 비슷해져
보금자리론 금리는 조건에 따라 연 2.2~2.55%로 지난 4월 이후 계속 동결됐다. 연 2%대로 떨어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사실상 차이가 없다. 은행들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과 달리 보금자리론은 국고채 5년물 금리에 연동하는 특성 때문이다.

젊은 무주택 직장인을 중심으로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2009~2016년에는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 기준이 9억원 이하로 운영된 적이 있다. 30대들은 내 집 마련에 다급해하고 있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288조원) 중 30대 이용자(102조7000억원) 비중이 35.7%로 가장 높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한의 서민 주거안정 효과를 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대상 확대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서울 지역의 보금자리론 판매액이 지난해 1분기 2525억원에서 올 1분기 2조1163억원으로 늘어난 점 등을 들어 “서울에서도 정책 취지를 달성하고 있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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