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의 역설…"코로나 집단면역 안돼 내년말 종식도 어렵다" [이지현의 생생헬스]

입력 2020-07-10 16:17   수정 2020-07-11 01:49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질병관리본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코로나19 종식 전망에 대한 답변이다. 국내 코로나19 종식 목표, 예상 시점을 묻는 질문에 질병관리본부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종식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수차례 브리핑을 통해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던 데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 항체 검사 결과도 이런 코로나19 유행 장기화 전망에 힘을 보탰다. 서울 서남부지역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1500명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한 결과 중화항체가 나온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숫자가 적어 통계적 의미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감염률이 극히 낮다는 의미다. 국내 첫 코로나19 중화항체 검사를 토대로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알아봤다.

전국 조사는 0명, 서울 조사는 1명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서울 서남부지역 병원을 찾은 환자 1500명의 혈액 검사에서 코로나19 중화항체가 나온 사람은 한 명이다. 지난 5월 25~28일 서울 구로구, 양천구, 관악구, 금천구, 영등포구 등 5개 지역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의 검체를 분석한 것이다.

10일 기준 이들 5개 구 인구는 196만8367명, 확진자는 390명으로 확진율은 0.02%다. 중화항체가 나온 사람은 1명밖에 확인되지 않아 중화항체 보유율을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이들 지역 실제 확진자 수와 확인된 환자 수가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매년 전 국민의 건강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시행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중화항체를 보유한 사람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중간 조사 결과여서 대전 대구 세종은 아직 포함하지 못했지만,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감염자가 비교적 많았던 경북지역 주민도 포함해 분석한 결과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4월 21일~6월 19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만 10세 이상 국민 1555명의 혈액을 분석했다. 올해 말까지 7000명 정도를 분석할 계획이다. 대구지역 분석 결과는 다음달 나온다.

아직 한계가 많은 조사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중화항체 검사 결과를 토대로 두 가지 결론을 내렸다. 국내 지역사회에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은 극히 낮다는 게 그중 하나다. 방역당국이 파악한 코로나19 확진자 규모와 실제 감염 규모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표본이 작고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진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거리두기의 방역 효과와 경험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의 역설
몸속에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들어오면 면역체계는 이것과 싸우기 위해 대응한다. B림프구는 병원균을 무력화하는 항체를 생성한다. 코로나19 환자는 감염된 뒤 2~3주 정도 지나면 90% 이상에게서 면역글로불린G(IgG)가 생긴다.

중화항체는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과 맞물려 바이러스가 세포 속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면역물질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평균 10~15일 정도 지나면 혈액 속에서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항체를 보유한 사람이 많으면 코로나19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다.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중간중간 버텨 인간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집단면역 원리다.

전파력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는 60~70% 정도가 면역력을 갖고 있어야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한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3338명, 전체 인구에서 0.03% 정도다. 중화항체 조사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집단면역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서 딜레마가 생긴다. 마스크를 잘 쓰고 거리두기를 착실히 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면 집단면역은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유행 기간이 길어져 자칫 사회·경제적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른바 ‘방역의 역설’이다.

제한을 풀고 감염이 어느 정도 진행되도록 놔두면 확진자가 늘어 집단면역 수준은 올라간다. 하지만 그만큼 사망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각국이 거리두기와 집단면역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 다양한 방역 정책을 펴고 있는 이유다.
스웨덴 스톡홀름도 7.3%에 불과
아직 둘 사이에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집단면역은 요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느슨한 수준의 방역 시스템을 유지했던 스웨덴조차 스톡홀름 지역 주민의 항체 양성률이 7.3%에 불과할 정도로 집단면역은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기 때문이다. 항체 양성률 조사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나온 영국 런던도 17%에 불과하다. 미국 뉴욕시티는 21.2%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이런 중화항체가 얼마나 지속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한번 걸렸다 나은 사람이 방패 역할을 하려면 중화항체가 오랫동안 잘 지속돼야 하는데 일부 국가에서 무증상 감염자는 중화항체가 빨리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놔두면 노인 등 취약 계층 사망률이 급등할 위험이 높다. 이런 희생을 감수한다고 해도 코로나19가 더 이상 유행하지 않는 수준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는 보장조차 없다.

개인의 면역과 방역 문제를 넘어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사회 구성원이 코로나19 유행 상황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같은 마음이 돼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집단면역 실험으로 오해받았던 스웨덴은 오히려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분석도 주목해볼 만하다. 김준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웨덴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고 사회안전망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취약계층 예방 조치를 강화해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는 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국민과의 합의를 통해 이런 방침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70% 가까운 국민이 보건당국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와 보건당국의 안정된 노력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계속되는 신뢰와 지지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스웨덴 전략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 전망도
그렇다면 이런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코로나19에 효과적인 백신이 빨리 개발되는 것이다.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관하긴 어렵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국내에서 전 국민이 백신을 제대로 맞으려면 내년 말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가 내년 말이 돼도 코로나19가 종식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는 이유다.

정 교수는 “국내 상황만 문제가 아니라 해외 상황이 중요하다”며 “대구·경북과 같은 대규모 감염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관리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마스크 쓰기, 손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면서 코로나19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모든 국민이 관리해야 한다.

당장 가을, 겨울철 감염병 유행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비도 필요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겨울철 독감과 코로나19가 함께 유행하면 병상 부족 등의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우주 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독감 백신 접종을 최대한 늘려 독감 유행 규모를 줄이고 독감에 걸리면 빨리 타미플루를 투여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했다.

독감과 코로나19를 함께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코로나19 감염 후 세균성 폐렴 합병증을 막기 위해 폐구균 백신도 맞아두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올해 폐구균 등 필수예방 백신 접종률은 예년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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