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는 ‘불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경찰은 개인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며 내사에 착수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비방 목적이 있어 명예훼손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같은 신상공개이지만 다르게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 양육비를 미지급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비방과 비난의 목적이 강한 디지털 교도소와 달리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려는 목적으로 ‘공익성’을 인정받는다. 그래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활동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불법 논란에도 신상공개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는 배경에는 범죄 가해자들이 충분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피의자 신상공개를 해달라는 청원이 곧잘 올라오는 이유다.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 역시 “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하려 한다”며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즉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고 밝혔다.
신상을 밝혀야 할 때는 조건이 있다. 2015년부터 경찰서나 지방경찰청별로 ‘신상공개위원회’가 신설돼 이곳에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기준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나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재범 방지와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할 때다.
전문가들은 신상공개는 원칙적으로 좋은 제도라고 보기 어렵고, 해야 한다면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실장은 “세간 인식과 달리, 범죄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거나 다른 일반인들로 하여금 죄를 범하지 않게 하는 예방효과는 검증된 바 없다”며 “신상공개 범위가 확대되는 것보다 범죄자에 대한 ‘정당하고 확실한’ 엄벌이 이뤄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고쳐지면 불법 신상공개 사이트도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얘기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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