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밀려 그랜저 증산…그래도 못 웃는 현대차

입력 2020-07-16 17:12   수정 2020-07-17 01:56


현대자동차가 충남 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준대형 세단 그랜저 증산을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그랜저는 내수 판매 호조로 출고 대기 물량이 1만6700대에 달한다. 반면 같은 공장에서 혼류생산(1개 생산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방식)하는 쏘나타는 중동 수출이 90% 급감해 조업을 축소해야 할 상황이다.

현대차의 결정 배경에는 내수와 수출의 기형적인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두 차종 간 생산 물량 불균형 탓에 정상 가동이 쉽지 않아 그랜저 증산을 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시장 의존도가 커진 탓이라며 내수 진작 정책이 지속돼야 ‘판매절벽’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 전 세계서 유일하게 車 판매 늘어
16일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한 94만8000대를 기록했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는 중국 미국 일본 독일 인도에 이은 세계 6위다. 작년 말 기준 세계 12위에서 6계단이나 상승했다.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한국만 자동차 내수 판매량이 증가했다. 한국을 제외한 세계 10대 자동차 시장의 상반기 내수 판매는 전년보다 25.9% 감소했다. 유럽에선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영국(-48.0%)과 프랑스(-37.3%), 이탈리아(-44.9%) 자동차 판매가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40% 정도 감소했다.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의 자동차 판매는 더 부진했다.

작년 상반기 자동차 204만9000대가 팔렸던 인도는 올해 판매량이 100만대 밑으로 반토막(-51.8%) 났다.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봉쇄 조치에 나선 지난 4월엔 자동차 판매점이 문을 닫으면서 차가 단 1대도 팔리지 않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7만 명을 웃도는 브라질도 신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38.2%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 등 해외 판매 부진을 내수로 버텼다. 기아자동차는 상반기 국내 판매가 14.6% 증가한 반면 해외 판매는 20.4% 줄었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자동차도 내수는 51.3% 늘었지만 수출은 74.8% 감소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해외에선 연말까지 판매 ‘보릿고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지난해 8756만 대였던 전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가 올해는 20% 이상 줄어든 7000만 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판매절벽’ 우려
업계에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폭이 축소되는 하반기엔 내수 판매가 꺾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70%(세율 1.5%) 인하했던 개소세를 이달부터는 30%(세율 3.5%)만 인하한다. 출고 가격 2500만원인 승용차에 붙는 세금이 지난달까지는 54만원이었지만 이달부터 125만원으로 71만원 늘었다.

지난달까지 호황을 누렸던 내수 시장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상반기 국산차 베스트셀링카(7만7604대)인 그랜저의 이달 하루 평균 계약 대수는 지난달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판매마저 꺾이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부품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 등도 자동차 개소세 70% 감면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개소세 감면 확대 등 내수 진작 정책이 절실하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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