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가 세종으로 이전해도 서울의 위상은 안 변해요. 서울에 살고자 하는 수요는 여전할 것입니다.”(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세종시로 이전하면 서울 집값이 잡힌다고요? 서울과 세종 집값이 같이 오를 겁니다.”(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이 제안한 ‘행정수도 완성론’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이 부동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집값을 잡을 마땅한 방법이 없자 화제를 전환하려는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국회, 청와대가 있어서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다”며 “세종 이전으로 서울 중심의 정치·경제 구조를 바꾸겠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집값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회 등이 세종으로 가도 국회의원 및 공무원들이 서울 주택을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국회가 이전한다고 해도 임기 4~5년인 청와대 비서 등 직원과 국회의원들이 서울 집을 팔고 세종으로 이사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울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에 실제 인구 이동 효과는 작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은 못 잡고 세종시 집값만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대신 세종 주변 지역에서 세종으로 들어오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최근 1년간 큰 폭으로 오른 세종 집값이 더욱 과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은 행정수도 이전 소식으로 들썩이고 있다. 한솔동 ‘1단지 퍼스트프라임’ 전용 119㎡는 지난 4일 8억25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이날 호가가 8억9000만원까지 급등했다. 새롬동 ‘새뜸마을10단지’ 전용 59㎡도 12일 5억9800만원으로 신고가를 쓴 뒤 현재 호가가 6억2500만~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완성론’을 부동산 문제 해결과 연관 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교수는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행정수도 이전은 실효성도 없고 국가적으로 큰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은 서울 공급으로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교수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한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 내에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정비사업 활성화를 외면해선 안 된다”며 “2~3년 뒤 새 아파트가 충분하게 공급되면 주택가격도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최진석/임도원/장현주/신연수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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