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2분기 투자 성장주 대신 경기민감주로

입력 2020-07-23 16:09   수정 2020-07-23 16:11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기술주 독주가 이어진 가운데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2분기 투자에서 성장주 대신 경기민감주를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기준 글로벌 헤지펀드 및 자산운용사 296곳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3F(Form 13F)’ 보고서를 제출했다. SEC는 1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들이 분기말 이후 45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보유 종목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블랙록자산운용, 맨그룹 헤지펀드 등 굵직한 회사는 아직 보고서 제출 이전이지만 중소형 헤지펀드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2분기에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경기민감주를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장은 “지금까지 발표된 중형급 헤지펀드는 기술주를 대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과 안전자산인 금 관련 상품의 비중을 축소하고 소비재인 존슨앤존슨, 전자결제 기업 페이팔의 비중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577억달러를 운용중인 퍼스트 트러스트 자산운용의 경우 간편결제업체 페이팔의 비중을 1분기 0.80%에서 2분기 1.03%까지 늘렸다. 보고서 작성일 기준 보유 가치는 약 6억달러다.

화장품회사 에스티로더, 미국 최대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업체 홈디포,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도 추가매수했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0.96%→0.82%), 알파벳(0.89%→0.71%), 인텔(0.53%→0.42%) 비중은 줄였다. 금 ETF인 ‘SPDR 골드트러스트’ 비중도 소폭 감소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포트폴리오 변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소비지표가 2월을 저점으로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주요국 구매관리자지수(PMI)지수와 경기선행지수가 높아지는 등 시장에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졌다”며 “운용사들도 1분기에는 비대면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2분기부터는 경기소비재 등 가치주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스트바이(11.56%), 코카콜라(8.50%), 맥도날드(7.67%) 등 소비 관련주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이 더해지며 이달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편 SEC는 보유 종목 공개 대상 기업 기준을 현행 1억달러에서 35억달러로 높이자고 지난 13일(현지시간) 제안한 상태다. 1978년 규제 시작 이후 첫 조정이다. 규제가 변경되면 정보 공개 의무가 있는 회사 수는 90%가량 줄어들게 된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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