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최악 치달아도…'입 다문' 금투협에 싸늘한 시선

입력 2020-07-28 17:33   수정 2020-07-29 00:47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나재철 금투협 회장은 자산운용사 의장단 및 펀드판매사,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무관리사, 펀드평가사 임원들과 함께 기자실을 찾았다. ‘사모펀드 신뢰 훼손과 관련한 펀드업계의 입장과 각오’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이어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에 이르기까지 투자자 및 국민에게 실망을 끼쳐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준법감시인 교육 강화, 회원사 대상 서면조사 등 몇 가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들리지 않았다. 기자들은 몇몇 질문을 하려 했으나 나 회장은 발표 후 곧장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언론 앞에 섰지만 사실상 침묵한 셈이다.

금투협의 침묵은 올 들어 계속되고 있다. 한 전문사모운용사 대표는 “작년 말 라임 환매 중단이 처음 발생했을 때 운용사 사장단이 협회 측에 시장의 불신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협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전체 개방형 펀드 가운데 비유동성 사모사채 비중은 1%도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위험한 상품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는 불만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금투협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까지 방관하다가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이 탐탁지 않다고도 했다.

협회가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가교 역할이다. 업계와 정부, 업계와 언론, 업계와 시장 등을 이어줘야 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다. 정부 당국이 올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부터 금융투자 세제 개편까지 각종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렇다 할 반론도 제기하지 않았다.

금투협은 312개 정회원사로 구성된다. 그중 75%에 해당하는 237곳이 자산운용사다. 그래서 불만의 소리가 더 큰지도 모른다.

금투협이 나 회장 취임 후 사모펀드 환매 중단 등 감당하기 힘든 사태를 겪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협이 지닌 자율규제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없었던 상황도 이해할 만하다.

나 회장은 지난 1월 취임사를 통해 “그간 협회가 조율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던 데서 나아가 적극적인 협상자이자 중재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정부와 협력하고, 긴밀히 소통해 없어도 될 규제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통해 회원사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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