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세월이 흘러 우리에게 남은 것은

입력 2020-07-29 17:12   수정 2020-07-30 00:50

모든 것이 희미하다. 붉은 건축물, 하늘과 대지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붓으로 그린 유화처럼 보이지만 사진가 이재용의 연작 ‘기억의 시선: 정미소’의 하나다. 시골의 한 정미소를 오랜 시간 다른 각도에서 수백 번 촬영한 뒤 하나의 프레임으로 합친 것이다. 그래서 이 장면에는 한 사물의 여러 단면과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다.

인간이 끝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시간의 문제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고, 멈출 수도 없다. 시간 앞에 우리의 기억은 무기력하다. 세월이 가면 과거 모든 경험과 사건은 마치 저 사진 속 사물들처럼 그 형태와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같은 일을 겪고서도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의 유한성을 시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물을 이렇게 담아냈다. 세상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시골 정미소를 피사체로 삼아 시간의 흐름 속에 흐려져가는 모든 사물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소공헌갤러리 10월 23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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