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조립 결함 사례 반복…'분리' 요구 잇따르는 이유

입력 2020-07-30 11:33   수정 2020-07-30 13:50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제네시스의 조립 불량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와 현대차 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차 울산공장의 유튜브 시청 사태에 더해 제네시스의 조립 불량 사례로 분리 요구 양상이 다소 바뀐 분위기다.

과거의 분리 요구가 고급차와 대중차 브랜드의 분리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명분이 이유였다면 최근 분리 요구는 현대차 울산공장에 대한 깊은 불신과 거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침수 피해를 입은 듯 물이 흥건한 제네시스 G80의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해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구매했다는 차주는 "강원도 인제에 회사 워크샵을 다녀왔는데, 밤에 많은 비가 내린 뒤 뒷좌석에 물이 차올랐다"며 차를 입고한 서비스센터에서는 침수차가 아닌지 의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몇 시간 지나서 엔지니어에게 전기 인입선 고무패킹 조립 불량이 원인이라는 연락이 왔다"며 "새 차에서 항상 퀴퀴한 냄새가 났다고 하니 조금씩 젖어 그랬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화가 치민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례에 대해 현대차는 "전일 차량 수리를 마쳐 고객에 인도하고 사과 말씀을 드렸다"며 "고무패킹 조립 불량으로 인한 누수가 맞다"고 밝혔다.
고급차 제네시스, 또 조립불량


차주의 하소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과거 제네시스 쿠페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생산라인 직원들이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 "매번 기본급은 올려받으면서 조립불량은 반복된다", "조립 공정에 기록을 남겨서 불량이 생겼으면 해당 직원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고급차를 지향하는 제네시스에서 조립 불량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의 경우 운전석 선바이저 거울이 깨진 채 인도됐다거나 앞·뒤에 크기가 다른 휠이 달려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수 과정에서 불량 판정을 받고도 그대로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사례도 나왔다. 1억원에 육박하는 차량을 조립하면서 파손시키는 것은 물론, 품질검수(QC)마저 허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해 빚어진 유튜브 시청 사태는 소비자들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불신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대차가 근무시간 울산공장의 와이파이 공유기 사용을 제한하자 노조가 반발한 이 사태에 대해 노조는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맞섰지만, 근무 중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분노한 소비자에 현대차도·노조도 '움찔'


유튜브 사태 이전에도 제네시스 생산라인을 현대차와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존재했다. 다만 당시에는 대중차와 함께 생산하면 고급차 브랜드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명분론에 가까웠다. 국내에서는 용인이 가능하지만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 프리미엄 브랜드로 선보이려면 이러한 문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애정어린 조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현재 분리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분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슷한 가격대 고급 수입차를 대신해 국산 고급차를 믿고 구입했더니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노다.

최근 조립 결함을 호소하는 글에는 여지없이 생산라인을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한 누리꾼이 "공장을 별도로 세워서 조립품질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자 다른 누리꾼은 "현대차와 같이 생산하는데 무슨 프리미엄이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노조는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며 "8000만원짜리 고가 차를 사면서 완벽 품질을 요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애둘러 수긍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고용안정위 품질세미나 및 품질체험'을 실시하고 '품질혁신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노사 공동 품질향상 대응팀'을 구성해 완성차 품질 향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상습적으로 조기퇴근한 생산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강수도 뒀다.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조립해 빨리 퇴근하는 '올려치기', 휴식을 취하다 물량이 쌓이면 그제야 조립하는 '내려치기'를 근절해 조립 품질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조립 불량 사례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보다 강경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 차 조립, 믿을 수 있는 곳에 맡겨라"


현대차는 오는 31일 경기도 용인에 전시·체험 공간인 제네시스 수지를 개관한다. 현대차와 분리된 공간에서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경험을 제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다만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서는 생산과 판매, 서비스 전 영역에서의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생산라인 분리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빚어진 유튜브 사태는 그간 현대차 생산직 직원들이 생산라인에 스마트폰을 가져가 자유롭게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근무 시간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노조의 목소리에 밀려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여의도 1.5배에 달하는 넓은 공장에 공유기를 설치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노조가 지나치게 커지며 일정 부분 통제력을 상실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제조사들도 일부 고급차 생산은 별도 공장에 위탁하기도 한다.

캐나다에 본사가 위치한 마그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본래 자동차 부품회사이지만 오스트리아 자회사 마그나 슈타이어의 위탁생산이 더 유명하다. 애스턴마틴 라피드,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BMW 5시리즈, 재규어 I페이스와 E페이스, 도요타 수프라 등을 위탁 생산한다.

핀란드의 발멧 오토모티브도 유명한 위탁생산 업체다. 포르쉐 초창기 박스터와 카이맨을 생산했고 현재도 벤츠 A클래스와 GLC를 만들고 있다. 이유는 다소 다르지만 국내에서도 동희오토와 동신모텍 등이 각각 모닝·레이와 트위지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보다 완벽한 조립 품질 또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라인을 분리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법인 분리 등이 필요하다는 점은 현대차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판매와 생산 등 각 노조의 반발이 커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1억원 가까운 차량에서 단차가 발생하고 물이 새는 등의 일은 비상식적"이라며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제작자가 차량에 서명을 남기고, 고장이 나면 직접 비행기를 타고 소비자를 찾아가 수리할 정도로 장인정신을 강조한다. 품질 논란이 반복되면 결국 (분리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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