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국의 國花' 무궁화가 일본 꽃이라고?

입력 2020-07-30 17:15   수정 2020-07-31 02:58

무궁화의 국화(國花) 자격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애국가 가사와 달리 38선 이남에만 자라는 지역적 한계, 외래종인 데다 진딧물이 많아 청결하지 못한 점, 꽃 피는 시기(7~10월)가 늦고 개화 기간(100일가량)은 길지만 꽃송이는 하루살이인 점, 국민적 선호도도 낮다는 점 등이 이유다.

《두 얼굴의 무궁화》의 저자인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국화와 국가, 대통령 휘장, 국회의원 배지 등 거의 모든 국가 상징을 차지하고 있는 무궁화가 그에 걸맞은 역사적·문화적 근거를 갖고 있느냐는 것.

우리 옛시조와 한시 등 문학작품은 물론 대표적인 사서와 구한말 이전의 회화·건축·공예 등 예술작품에 단 한 번도 무궁화가 나오지 않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단 한 번 나오지만 행운의 상징이 아니라 단명의 상징이다. 무궁화가 우리 역사, 문화, 일상에서 친숙하지 않은 이유다.

반면 일본에서는 무궁화가 너무나 친숙한 존재다. 1910년 이전의 일본 전통시 하이쿠 중 무궁화를 노래한 게 380수를 넘는다. 일본 최고(最古)의 백과사전, 국어사전, 옥편, 다도·꽃꽂이·원예·농업 서적과 일본통사에도 빠짐없이 나온다. 국내에는 야생 무궁화 자생지가 없는 반면 일본에는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 무성하다. 야마구치현의 야생무궁화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무궁화의 땅(槿域·근역)’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얘기다. 일장기(히노마루)의 원형은 히노마루 품종의 무궁화이며, 욱일기의 원형은 소우탄 품종의 무궁화라고 한다. 메이지 신궁과 야스쿠니 신사에 무궁화가 만발한 이유다.

이런 무궁화가 국화로, 민족의 꽃으로 둔갑한 것은 일제의 치밀한 조작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일본이 한국을 ‘무궁화지역(근역)’으로 조작한 목적은 무궁화를 한국의 나라꽃으로 신분세탁해 한국 병탄과 내선일체 작업의 매개체로 삼으려던 제국주의 책략”이라고 했다. 또 국기와 국가는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며 개나리 진달래 미선나무 병꽃나무 산이스라지 목련 민들레 등 새로운 나라꽃 후보 15종을 추천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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