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찾아…강남 초소형 거래 급증

입력 2020-07-31 17:10   수정 2020-08-01 02:56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수요가 늘면서 서울 강남권의 초소형 아파트(전용면적 21~40㎡)까지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를 구매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고소득 1인 가구가 초소형 아파트를 사고 있다. 매매가격이 대출 규제선인 15억원 미만인 만큼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강남 초소형 아파트 거래량 6배↑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송파구에선 지난 6월 전용 21~40㎡ 초소형 아파트가 198건 거래됐다. 4월(32건)과 5월(28건) 등에 비해 6배 이상 거래량이 늘었다.

일반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소형(전용 41~60㎡)과 중형(61~80㎡) 아파트 거래량보다 오름폭이 가파르다. 송파구의 소형 아파트 거래량은 5월 111건에서 6월 278건으로 3배 정도로 늘었다. 중형 아파트도 같은 기간 106건에서 290건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다른 강남 지역의 초소형 아파트 거래량 역시 급증했다. 강남구의 초소형 아파트 거래량은 6월 146건으로 전달(105건)보다 40% 증가했다. 서초구 역시 5월 91건에서 6월 106건으로 늘었다.

초소형 아파트 수요가 늘면서 신고가 경신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 전용 31㎡는 지난 7월 5일 1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6월 11억6300만원에 손바뀜한 뒤 한 달 만에 신고가를 다시 썼다. 현재 매도 호가는 12억원으로, 3.3㎡당 1억원 수준이다.

수서동 까치마을 전용 34㎡도 7월 10일 8억3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단지의 전용 40㎡ 역시 최근 역대 최고가인 9억5000만원에 매매가 성사됐다. 이 주택형은 현재 9억9000만~10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사진)는 전체 5563가구 중 전용 27㎡가 868가구에 달해 잠실동 일대 초소형 주택 수요가 몰리고 있다. 리센츠 전용 27㎡는 최근 11억원에 거래된 뒤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로 12억원을 부르고 있다. 잠실동 L부동산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이 단지 매매가와 전세가가 계속 오르니까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초소형 아파트도 다른 평형과 비슷한 폭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신혼부부 둘이 살다가 아기 낳으면 더 큰 평형으로 갈아타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좁더라도 ‘똘똘한 한 채’ 원해
재건축 규제 강화로 강남 지역의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이런 와중에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계속 늘다 보니 초소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매가가 대출 규제선인 15억원 미만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수요가 몰리는 이유다.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의 초소형 아파트는 ‘6·17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지역은 6·17 대책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지지분이 18㎡ 이상인 아파트는 지방자치단체의 거래허가 대상이 됐다. 초소형 아파트는 대부분 대지지분이 18㎡ 미만인 만큼 허가 없이도 집을 사고팔 수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투자자들은 면적이 작더라도 가치 있는 지역, 핵심 지역의 부동산이 장기적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본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초소형 아파트를 차선책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소형 아파트처럼 수요층이 두텁지 않고, 고소득 1인 가구와 신혼부부 수요는 한정된 만큼 투자 가치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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