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0%가 앓는 치주질환…당뇨·심혈관병·치매 위험 높이는 '폭탄'

입력 2020-07-31 14:04   수정 2020-08-01 02:39

치주질환은 국민 5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하다. 치과 분야 대표 성인병으로 불린다. 대개 치주질환이 있다고 하면 잇몸이나 치아 건강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전신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입속 세균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어서 당뇨병 혈관병 등은 물론 치매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국내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질환인 치은염 등 치주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감기 환자보다 많은 치주질환자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 환자가 가장 많이 호소한 질환이 치주질환이다.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 1673만 명으로, 감기로 불리는 급성기관지염 환자보다 많았다. 환자 치료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1조5321억원으로 전체 질환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치은염 및 치주질환자는 2004년 400만 명으로, 전체 질환 중 8위에 불과했다. 2005년 5위, 2007년 3위로 올라선 뒤 2011년 이후 감기에 이어 2위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2013년부터 치과 스케일링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이 늘면서 환자가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감기로 병원을 찾는 환자보다 더 많은 질환이 됐다.

치주질환은 치아를 유지하는 주위 조직인 잇몸(치은), 치주인대, 치조골에 생기는 염증 질환을 통칭한다. 조용하고(silent), 사회적인(social), 예방 가능한 병(self controllable disease)이기 때문에 치과계에서는 3S 병이라고도 부른다.

치주질환은 치태와 치석 때문에 생긴다. 입속 세균과 음식물로 인해 치태가 생기고 이렇게 생긴 치태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치석이 만들어진다. 세균이 분비하는 물질 때문에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이 때문에 붓고 피나는 증상으로 이어진다.

초기 잇몸에만 염증이 생긴 상태는 치은염이다.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염증이 심해지면 치주염으로 발전한다. 치조골이 파괴되고, 잇몸 조직이 망가지면서 치아 뿌리가 노출된다. 심하면 치아가 좌우상하로 흔들리는 증상이 생기고 결국 치아가 빠져버린다.
통증 없어 증상 악화 후 병원 찾아
치주질환 초기인 치은염이 있을 때는 잇몸 색깔이 빨갛게 변하고 붓는다. 양치할 때 피 나는 증상도 흔하다. 스케일링 등으로 간단히 치료하면 바로 회복된다.

치은염이 있어도 별다른 통증이 없다.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면 치주염으로 발전한다. 염증이 잇몸을 넘어 치조골로도 확대된 상태다. 치아가 흔들리고 잇몸이 내려간다. 시리거나 음식을 씹을 때 힘이 들어가지 않는 느낌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대부분 환자가 병원을 찾는 단계다. 치아가 흔들리거나 통증이 생긴 뒤 치과를 찾는데 적절한 치료 시기가 지나 치아를 뽑아야 하는 일도 많다. 조영단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치주질환은 조기 진단 및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며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2013년부터 연 1회 스케일링 보험급여가 적용되므로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구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식사 후 칫솔질을 꼼꼼히 하고 치실, 치간칫솔 등으로 이물질이 남아 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당뇨, 심혈관병은 물론 치매도 위험
치주질환이 있으면 전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다. 강경리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치아 수가 줄면 씹기 힘들어지고 이는 뇌로 가는 혈류량 감소, 뇌 대사 활동과 신경 활동 감소, 전신 영양불량 등을 유발한다”며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은 혈액과 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이동한다. 다른 조직이나 기관으로 이동해 당뇨병,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 만성호흡기질환 위험을 높인다. 치주질환이 있으면 2형 당뇨 위험은 1.5~2.3배 증가한다. 심혈관 질환은 1.1~2.4배, 만성호흡기질환은 1.1~2배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치주질환과 전신질환을 통합적으로 예방·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치주질환과의 연관성이 높은 또 다른 질환은 치매다. 잇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잘 씹지 못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치아 없는 노인이 이 악물기를 하는 것보다 임플란트 보철물을 한 노인이 저작활동을 할 때 뇌혈류량이 더욱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식을 씹는 저작활동을 하면 뇌 섬유아세포 성장촉진인자가 잘 분비되도록 해 식욕을 조절하고 성장을 촉진시키며 뇌세포 회복, 학습, 기억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도 알려졌다. 치아가 빠졌다면 틀니 임플란트 등으로 저작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도 치매 발생에 직접 영향을 준다. 뇌에 침투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뇌에서 치주염 세균이 많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치주질환 때문에 생긴 면역 염증반응이 치매 발생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치주질환 때문에 혈액 속에 염증성 물질인 종양괴사인자(TNF)-알파, 인터류킨1·6 등이 많아지면 온몸의 염증 반응에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인지장애, 알츠하이머병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 질환 위험도 높여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인 액티노미세템코미탄스나 진지발리스 등이 군집을 크게 형성할수록 혈액이 흐르는 경동맥 내막이 약해진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에 대한 항체가 피 속에 많을수록 대동맥에 피떡이 빨리 생기는 경향이 있다. 치주질환을 치료한 뒤 혈액 속 인터류킨6, C반응단백질 등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C반응단백질은 염증이 생기면 간에서 합성돼 많아진다. 치주질환을 치료한 뒤 혈관 내피 기능이 개선됐다는 보고도 있다. 동맥혈관 속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데 이는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주질환이 있으면 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주질환 치료는 비수술 치료와 수술 치료로 나뉜다. 비수술 치료는 치석 등을 없애는 스케일링, 울퉁불퉁한 치근을 매끄럽게 하는 치근활택술 등이다. 치태와 치석을 제거해 염증을 없애도 다시 치태나 치석이 생기는 것을 막는 치료다.

증상이 심하면 수술이 필요하다. 잇몸을 절개한 뒤 안쪽에 생긴 염증과 치석을 제거하는 치은소파술, 잇몸의 비정상적 부위를 교정하는 치주성형술, 치주조직재생술 등이다. 치주치료를 했지만 치조골이 심하게 파괴됐다면 임플란트 시술 등을 통해 씹는 기능을 회복하기도 한다. 조 교수는 “치주치료를 했더라도 칫솔질 등 구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한다”며 “상태에 따라 3~6개월 간격으로 치과를 방문해 관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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