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삼성전자 같은 기업 더 나오게 해야

입력 2020-08-02 18:03   수정 2020-08-03 00:16

삼성전자는 매출의 85%가 해외에서 나오고 15%만 국내에서 발생한다. 법인세 등 세금 80% 이상을 국내에서 내는 것은 본사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주로 국내에서만 영업 활동을 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는 없었을 것이며, 오늘의 매출 실적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대의 예를 든다면, 한국에 세계적 금융회사가 없는 이유는 바로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영업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금융회사는 매출의 80% 이상을 국내에서 올리고 있다. 해외에서 만들어내는 매출은 10%가 되지 않는다. 해외 시장으로 나가지 않는 한 한국 금융회사는 영원히 세계적 금융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경제의 태생적 한계는 국내시장이 작다는 것이다. 해외로 나가야 하는 것은 기업들의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한국인 특유의 감각 덕에 좋은 상업적 아이디어들이 한국에서 최초로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히트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이 좁은 탓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비즈니스 모델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창업자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국내시장이 좁아 손익분기점까지 도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창업기업이 사업화 이전까지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죽음의 계곡’을 건너기 위해서는 모험자본이 공동투자자로서 자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그런 모험자본 역할을 하는 벤처투자회사가 빈약하다.

중국의 경우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그룹 등이 엔젤투자자 역할을 한다. 이들은 방대한 온라인 시장(사용자가 보통 10억 명을 넘는다)을 바탕으로 창업기업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할 때까지 막대한 모험투자를 집행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알리바바의 마윈 몸값을 뛰어넘을 정도로 주목받는, 올해 40세의 황정(Colin Huang)이 2015년에 창업한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다. 핀둬둬는 중국 내 2선, 3선 도시를 중심으로 SNS 기반의 공동구매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인데, 텐센트가 투자했다. 작년에 미국에 상장했으며 올해에만 기업가치가 143% 상승했다. 황정은 지난 4개월간 자산이 매일 평균 1700억원씩 늘어났으며, 자산 증가폭은 홍콩 최대 부자 리카싱을 제쳤다.

한국은 국내 시장이 좁고 모험자본도 턱없이 부족해 벤처가 짧은 기간에 이런 성공을 거두기는 불가능하다. 일자리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에서도 황정과 같은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

한국 경제 성장의 절반은 반도체산업이 공헌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반도체산업의 국산화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반도체는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짧은 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중국 기업이 한국의 주요 경쟁업체를 대체할 정도로 성장할 수도 있다. 반도체산업에서 경쟁력을 잃는다면 한국 경제는 기댈 곳이 없게 된다. 따라서 미래 신흥산업에서 절대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매년 수십 개의 유니콘 기업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글로벌 시장과 연결해줄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시장과 디지털 연결의 길을 얼마나 빨리 만드느냐가 성공의 핵심요인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2025년까지 100조원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신흥산업 영역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이 돈을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100조원은 낙동강에 던져진 한 개의 돌멩이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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