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독일 세입자, 자소서까지 쓴다

입력 2020-08-02 17:03   수정 2020-08-03 01:34

독일에서 세입자가 되려면 집주인에게 “깨끗하게 잘 쓰겠다”는 각오를 담은 자기소개서를 써 내야 한다. 동거 가족과 애완동물 유무는 물론 정규직 여부, 월 수입 등을 적은 뒤 개인 신용정보와 보험청구 이력 등의 서류도 첨부해야 한다. 조건을 충족해도 전에 세들어 살던 집주인에게 ‘평판 조회’한 결과가 나쁘면 바로 탈락이다. 많게는 100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서류 전형을 통과해도 최종 관문인 면접이 남아 있다.

독일은 선진국 중 가장 강한 수준의 임대료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시행하고 있다. 집주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세입자를 쫓아내거나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없고, 월세도 올릴 수 있는 상한이 정해져 있다. 독일 세입자 평균 거주기간은 12년이 넘는 수준이다.

규제가 강하다보니 부작용도 심각하다. 이미 세들어 살고 있는 세입자는 무한정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등 강력한 보호를 받지만, 새로 세입자가 되기가 극히 어렵다.

중·노년층 세입자들이 대도시 노른자위 땅에 수십 년간 살고 있는 탓에 정작 도시로 통근해야 하는 신혼부부 등은 외곽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월세를 올리지 못하니 집주인이 집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 도배는 물론 싱크대 등 주방 설비도 처음부터 사서 해 넣어야 하는 집이 많다. 보증금 반환에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고, 갖가지 트집을 잡아 거액을 떼 가는 사례도 적잖다.

임대료마저 급격히 올랐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으로 2008~2018년 10년간 뮌헨(67%) 베를린(65%) 등 주요 7개 도시 임대료는 평균 5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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