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장맛비…코로나 여파 겹친 피서지 '한숨'

입력 2020-08-02 17:10   수정 2020-08-03 01:31

예년 같으면 폭염이 기승을 부릴 8월 초인데도 장맛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역에 따라 돌풍과 천둥, 번개까지 동반한 ‘물폭탄’ 수준의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태풍 ‘하구핏’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정체전선)이 더 활성화된 영향이다.

2일 기상청은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오는 12일까지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날부터 7일까지는 중부지역, 8~10일에는 중부지역과 호남에 폭우가 내릴 전망이다. 11~12일에는 서울, 경기, 강원 영서에 비가 예보됐다.

특히 2~3일에는 강원 영동을 제외한 중부지역에 100~20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많은 곳은 300㎜까지 내릴 수 있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8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당 50㎜ 이상은 ‘하늘에서 비가 퍼붓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양이다. 서울과 경기는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기상청 측은 “2~5일 총 누적 강수량이 최대 500㎜를 넘는 지역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기간 강원 영동, 전북, 경북에는 30~80㎜ 상당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이번 비는 제4호 태풍 하구핏의 영향이 크다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하구핏이 우리나라를 직접 지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태풍에 동반된 많은 양의 수증기가 추가 유입되면서 장마전선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했다. 장마전선이 중부지역에 있는 가운데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가 부딪치면서 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마전선은 북한 황해도와 서울, 경기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하구핏은 2일 오전 9시 기준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약 460㎞ 부근 해상에서 북상 중이다. 4~5일엔 중국을 거쳐 6일 함흥 남서쪽 약 50㎞ 부근 육상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지난달 27일부터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여서 산사태, 침수 등 호우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피서지에선 휴가철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여름 문을 연 전국 250개 해수욕장의 방문객 수(지난달 27일 기준)는 810만 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855만 명)의 44%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긴 장마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산 등 남부지역은 지난달 장마가 끝났지만 8~10일엔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하구핏에서 방출되는 수증기 양이 더 많아진다면 5일 이후 중부지역에 내리는 비의 강도가 더 강해지고 강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남부 내륙은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등 폭염특보가 확대될 전망이다. 하구핏에서 수증기와 함께 많은 양의 열도 유입되기 때문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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