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길 애터미 회장, 장애아동병원 건립에 27억…"소외계층 지원 계속"

입력 2020-08-11 17:32   수정 2020-08-12 09:21

지난달 10일, 중증장애 아동을 자녀로 두고 있는 호남 지역 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호남 최초로 전주에 들어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건립자금 부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돼 병원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일반 병원과 달리 장애아동에 대한 전문적 치료와 함께 장기적인 돌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병원이다. 일본엔 200개가 넘지만 국내엔 하나도 없다. 병원 건립이 문재인 대통령 국정과제에 포함돼 현재 권역별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주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비용 문제가 단번에 해결된 배경엔 27억원을 기부하겠다는 박한길 애터미 회장(64·사진)의 통 큰 결정이 있었다. 박 회장은 최근 충남 공주시 애터미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전주예수병원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지으려 하는데 정부지원금을 제외하고 27억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기업인으로서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환원은 의무라고 생각해 부족한 자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전주예수병원은 정부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정부는 보조금 72억원을 줬다. 72억원으로는 2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는데, 2층 규모로는 기초적인 진료 공간을 조성하기에도 빠듯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핵심인 돌봄 등 정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최소한 건물이 4층은 돼야 했다. 4층 규모의 병원을 지으려면 99억원이 필요했다. 차액 27억원을 메우기 위해 전주예수병원 의사들끼리 개인 월급을 십시일반해 1억원을 모았지만 건물을 4층으로 올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 소식을 들은 박 회장이 애터미를 통해 27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박 회장은 “사실 전주예수병원의 처지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해 잘 몰랐다”며 “기부를 계기로 장애아동과 그 아동을 돌보느라 생업이 사실상 중단되는 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미혼모를 위해 써달라며 100억원을 쾌척한 바 있다. 박 회장은 2년 연속 거액을 기부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작년에도 돈을 벌었고, 올해도 돈을 벌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애터미는 화장품과 건강식품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네트워크 마케팅(다단계) 업체로, 지난해 매출 1조1310억원과 영업이익 1054억원을 올렸다.

박 회장은 해외에서도 사회환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의료 환경이 열악한 캄보디아에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는 “의대 설립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는 병원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대 설립을 위한 현지 부지는 확보한 상태다. 박 회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사회환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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