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여권발 성추문, 구조적 문제인가 [정치TMI]

입력 2020-08-17 08:00   수정 2020-08-17 09:22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또 여권발 성추문이 터져나왔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시의원의 식당 주인 성추행 의혹이다. 특히 피해 여성의 자녀가 있는 자리에서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여권발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 17일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권력에 취한 탓"이라는 주장과 "일부 개인의 일탈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앞서 여권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시작으로 정봉주 전 의원, 민병두 전 의원 등이 미투(나도 당했다)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내연녀 폭행·감금 의혹'으로 민주당 성남 시의원이 자진 사퇴했고, 올해 1월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공을 들인 2호 영입 인사 원종건 씨(27)의 '미투 의혹'이 제기됐다. 전북 김제시의회에서는 민주당 소속 남녀 시의원의 불륜설이 불거졌다. 남성 시의원은 이를 시인하고 사퇴했고, 이후 시의회에서 여성 시의원과 말다툼을 벌이는 등 볼썽 사나운 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반성이 필요하다면"서도 '통계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까지 여권이 싹쓸이하면서 여권 출신 공직자가 크게 늘었다. 여권 인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성추문도 많이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일각에서는 진보 진영이 성적으로 문란해 그렇다는 등의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일부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진보 진영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짚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나는 꼼수다'로 유명한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다음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선이든 민주당 후보가 결정됐고, 누군가 나타나 그 후보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며 미투 폭로를 한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요?"라며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쓰레기 언론들은 모든 게 다 드러난 것인양 어마어마하게 들쑤시고 뻥튀기하겠지요?"라고 했다.

그는 "여지없이 폭로자는 바로 피해자가, 후보자는 바로 가해자가 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후보, 눈물 콧물 흘려가며 진정성을 호소해보지만 속수무책일 것"이라며 "후보자가 정신 차리고 진실 대 진실로 붙어보자고 하면, 바로 '2차 가해' 프레임이 가동된다. 그 폭로가 사실이라면 여러모로 다행이겠는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그땐 어떻게 할까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후보자에 대한 성교육 강화, 성범죄 전과 조회, 성인지감수성 테스트 등 정도일까? 가짜 미투는 이런 거 안 따진다"면서 "민주당 정권 붕괴에 혈안인 세력이 이런 공작은 도의상, 양심상 안 할까?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고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정치 공작으로부터 한국정치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평론가인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는 "진보 진영 인사들이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분석해선 안 된다"면서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넘어가려 한 여권 태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재원 교수는 "권력을 잡은 쪽에서 성추문이 불거지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은 한때 '성누리당'이라 불리지 않았느냐"면서 "문제는 이에 대한 대응이다. 여권이 제대로 반성하거나 성비위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고 있다. (오거돈 전 시장 사건 이후에도 부산시의원 성추행 의혹이 발생한 것은) 이런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여권이 권력에 취해 긴장이 풀어져 발생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장성철 소장은 "집무실이나 공개 장소에서 대담한 방식으로 가해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렇게 해도 문제 없을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며 "과거 성추문이 발생했을 때 여권이 단호하게 대응했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여권의 성추문이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라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 제가 답변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만 답했다. 다만 "당은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대책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반복될 수 있는 문제라며 최근 발생한 성추문들을 여권을 공격하는 소재로만 삼지 말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조적으로 임면권자 한 마디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막강한 인사권을 제한해 피해자가 보다 손쉽게 피해를 호소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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