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수예방 효과 없다" 결론 내리고 4대강 평가한다는 환경부

입력 2020-08-13 17:36   수정 2020-08-14 00:09

정부가 기록적 폭우를 계기로 4대강 보(洑)의 홍수 조절기능을 실증 평가하겠다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4대강에 포함된 낙동강과 포함되지 않은 섬진강의 제방이 무너져 침수 피해가 컸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이 원인 제공을 했는지, 오히려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실증적 분석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며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마당이다.

물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번 홍수 때 각 댐의 유량 및 수위 관측이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과거 정부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보는 홍수 예방효과가 없고, 오히려 홍수위(홍수 때 수위)를 일부 높여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점이다. 홍수 조절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전에 미리 결론부터 내린 셈이다. 조사단을 꾸리는 시점에 굳이 과거 모의분석 자료를 다시 언급한 의도가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

근거로 삼은 과거 조사도 정권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주변 홍수위험지역 중 93.7%가 예방효과를 봤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예방가치는 0원”이라고 했다. 더구나 정부는 보의 해체가 필요하다며 4대강 유역의 녹조·수질·생태계 등을 관찰하는 중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감사원이 4대강 사업과 홍수 예방이 큰 연관 없다고 한 데 반해, 4대강조사평가위는 홍수 위험이 줄었지만 계획엔 못 미쳤다고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한 조사와 평가가 다른 결론을 내는 것은 결국 4대강 문제가 정치화(化)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정치성향에 따라 과학에 정치를 덧입혀 왔다는 의심을 받는 지경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치수(治水)와 물관리가 이렇게 정치논리에 포획돼선 안 된다.

정부가 조사·평가 결론을 미리 다 내려놓고 ‘답은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줘선 곤란하다. 이럴 바엔 과거 동남권신공항 연구용역을 프랑스 업체에 맡긴 것처럼 중립적인 외국 전문가에게 조사를 의뢰하는 게 낫다. 4대강을 둘러싼 국론분열을 끝내고 재해방지 체계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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