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반자 퇴진 결정하던 자리…신동빈은 입 꼭 다물었다

입력 2020-08-14 15:16   수정 2020-08-14 17:00


롯데지주의 2분기 이사회가 예정돼 있던 13일,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 월드타워 18층은 오전부터 정적에 휩싸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잠실 타워’ 18층으로 집무실을 옮긴 2017년 7월 이후 가장 분위기가 무거웠다. 신 회장과 같은 층에서 경영전략실을 이끌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사임한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그리고 오후 5시 무렵, 롯데그룹은 창사 이래 첫 비정기 인사안을 발표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이사회에서 신 회장은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거의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사 실적 악화에 대한 질책도, 그룹 미래에 관한 대외용 비전 제시도 없었다. 이사회엔 신 회장을 비롯해 황 부회장,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윤종민 경영전략실장(사장) 등 사내이사 4명과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 사외이사 5명이 참석했다. 1시간 가량 안건을 처리한 뒤엔 모두 함께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롯데인재개발원 원장으로 발령난 윤 사장을 송별하는 자리를 겸한 터라 사외이사들의 덕담 외에 그룹 현안에 대해서는 모두 말을 삼간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회장(현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의 용퇴는 13일 오전까지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에조차 통보가 안됐을 정도로 극비에 부쳐졌다. 하지만 황 부회장은 지난 6일 롯데쇼핑 실적이 발표되고 난 직후부터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코로나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라는 돌발 변수가 있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최악의 실적을 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고 이 점에 대해 황 부회장이 죄책감을 여러 차례 표현했다”고 말했다.

호남석유화학 출신이라는 황 부회장의 개인 이력이 그의 결심에 결정적이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룹의 주축인 롯데쇼핑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유통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 회장과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란 얘기다. 황 부회장의 자리를 대신할 이동우 신임 롯데지주 사장은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백화점 영업과 상품기획, 경영지원 등 유통 현장을 두루 거쳤다. 2015년부터 롯데하이마트를 이끌며 CEO로서의 실력도 입증했다.

재계에선 이번 신 회장의 ‘깜짝 인사’를 롯데그룹 부활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룹의 수뇌라고 할 수 있는 경영전략실의 문패를 경영혁신실로 바꾸고 실장 등 임원 4명을 계열사로 내려보냈다. 그룹 전반에 경종을 울림으로써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얘기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회장이 여러 말을 생략하고 인사로 모든 걸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전 계열사 임직원이 어느 때보다 이번 인사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를 비롯해 각 계열사 임직원들 사이에선 연말 인사에서 좀 더 파격적인 인사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롯데는 코로나19 직전까지만해도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롯데 미래전략을 짜는 분들이 연말이면 디지털 전환 등 신사업 계획을 짜야 한다며 조언을 구하러 오곤하는데 ‘그럼에도 오프라인이 핵심’이라는 식으로 대부분 답을 정해놓는 식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번 인사로 롯데는 각 사업부별 독립 경영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이 회장직 취임 직후 강조했던 바다. 롯데지주의 경영혁신실은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각 계열사 간 장벽을 해소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동휘/노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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