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해운기업·화주 相生의 길 열어야

입력 2020-08-16 18:09   수정 2020-08-17 00:46

한국이나 중국에서 미국 북서부 연안으로 가는 40피트(가로 12m) 컨테이너 1개의 운임이 3000달러를 돌파했다는 기사가 났다. 해운업계에 모처럼 밝은 소식이다. 개당 1500달러는 돼야 흑자가 유지되는 항로에서 1000달러 이하로 운임이 유지돼 원양정기선사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물동량은 거의 늘지 않는데 선복(船腹·적재용량)은 증가해 낮은 운임이 10년 이상 지속됐던 것이다. 이것이 한진해운이 파산한 원인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올 들어 2월부터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물동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원양정기선사들이 선제적으로 선박 수를 줄였기 때문에 운임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요 측면의 물동량이 줄었는데, 공급 측면의 선복이 더 줄었으니 운임이 올랐다는 얘기다.

일본 상황은 약간 다르다. 일본에서 미국 서부해안으로 향하는 40피트 컨테이너의 운임은 개당 2000달러 정도로, 연초에 비해 15% 정도 오른 수준이라고 한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가? 정기선 운임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장기운송계약에 따른 할인 가격이고, 다른 하나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스폿 가격이다. 일본은 연간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운임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운임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이에 비해 스폿 운임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운임이 결정된다. 이번의 높은 운임은 한국과 중국 시장은 스폿 시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화물 운임이 시장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뜻이다.

필자는 그동안 선·화주(船·貨主) 상생을 주장해왔다. 유럽 대형 정기선사의 주도로 시작된 대형선의 시장진입으로 선복 공급이 넘쳤다. 그 결과 운임이 급락해 우리 원양정기선사가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 화주들에게 우리 선사에 더 많은 물량을 줄 것을 호소했다. 국적 선사가 무너져 수출화물 운반을 해외선사에 의존하게 될 경우의 급격한 운임 상승을 우려해서다.

최근 외항정기선 스폿 시장에서 높아진 운임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아직도 한국 외항정기선사들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기회에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장기운송계약 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하자. 그러면 수출기업은 고정되고 안정된 가격으로 수출을 지속할 수 있다. 시장의 운임이 내려갈 때를 생각하면 이는 국적 원양정기선사들에도 좋은 일이다. 둘째, 국적 원양정기선사들은 스폿으로 수출되는 상품에 대해 현재 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장가보다 다소 낮은 운임으로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어주자. 우리나라에서 수출되는 상품의 3분의 2 이상은 외국 정기선사들이 실어나른다. 국적 원양정기선사들이 앞장서서 낮은 운임을 공표하면 이 운임이 전체 시장에 영향을 줘 다른 외국 정기선사들도 운임을 낮추도록 할 수 있다.

우리 수출입 기업은 국적 원양정기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토록 해주고, 국적 원양정기선사는 스폿 시장에서 운임인하 조치를 통해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번 기회에 해운기업과 화주 간 상생의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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