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회, 장마철 '3밀 예배'…확진자 폭증 불렀다

입력 2020-08-16 17:23   수정 2020-08-17 01:34

수도권 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뇌관이 됐다. 꽉 막힌 실내에서 예배가 이뤄지는 데다 찬송가를 부르거나 모여서 식사하는 과정에서 침방울이 튀어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선 5일 만에 249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교회발(發) 집단감염 확산이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랑제일교회發 확진 폭발적 증가
1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서울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낮 12시 기준 249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만에 신규 확진자가 190명 늘었다. 지난 12일 2명으로 시작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도 하루 새 21명 추가됐다. 누적 확진자는 126명이다. 서울 양천구 되새김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도 7명으로 증가하는 등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자 서울시는 14일 최근 1주일간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교인 등 4053명을 자가격리 조치하고, 코로나19 검사 이행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검사는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기준 검사를 마친 교인 및 방문자는 771명에 불과하다. 4053명 중 669명은 소재도 파악하지 못했다. 교인들 사이에선 “사랑제일교회 교인이라고 밝히면 보건소 등에서 무조건 확진자로 분류한다”는 허위사실이 퍼지면서 검사를 피하거나, 교회 방문 사실을 숨기고 검사를 받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교회 컴퓨터에 저장된 신도 명단과 예배 참석자 명단을 확보해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부정확한 신자 명단 제출, 미온적인 검사 태도로 폭발적 위험을 키운 신천지 사태의 반복을 막는 것이 최대 과제”라며 “사랑제일교회 종사자는 물론이고 모든 신자와 방문자는 가까운 보건소와 검진 장소에서 검사받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15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근처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회 밖으로 감염이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랑제일교회 관련 검사자는 네 명 중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을 만큼 양성률이 높은 상황이다. 전 목사가 이끌고 있는 자유연대는 자신들이 계획한 집회가 서울시로부터 금지 통보를 받자 15일 다른 보수단체인 ‘일파만파’가 주최한 집회에 대거 참가했다.
“찬송가와 예배 후 식사가 원인”
전문가들은 실내에서 예배를 보는 교회의 특성상 비말로 전파되는 코로나19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찬송가를 부르거나 모여서 식사하는 것도 집단감염 발생의 원인으로 꼽힌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15일 사랑제일교회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지난 9일 우천으로 인해서 교회 실내 밀집도가 매우 높아져 예배 시 신도들 간의 거리두기가 1m 이내로 매우 가까웠고, 이런 상태로 찬송가를 부르는 행위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우리제일교회 역시 성가대 마스크 미착용과 예배 후 식사, 평일 가정방문 예배 등을 지속한 것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16일부터 2주일간 교회 등 모든 종교시설 집합제한 명령을 내렸지만 추가 감염 확산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각종 소모임과 행사, 단체 식사 등은 금지되지만 정규 예배는 허용되기 때문이다. 일부 교회는 소모임을 정규 예배로 등록하는 등 눈속임을 해 평소처럼 예배와 소모임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수도권 대부분 교회는 예배를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현장 예배를 전면 금지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교회 측은 “교회 내 집단감염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일부 교회의 문제일 뿐 이를 모든 교회의 문제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종관/김남영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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