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대한항공 송현동 땅 4670억 이상에 사겠다"

입력 2020-08-18 15:40   수정 2020-08-18 17:08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보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기존에 책정한 4670억원보다 높은 금액으로 구입하겠다고 제안했다. 매각 대금도 연내 일괄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2022년까지 분할 지급하겠다는 기존안보다 전향적인 내용이다. 현금 확보가 절실한 대한항공이 서울시의 새 제안을 받아들일 지 주목된다. 송현동 부지를 둘러싼 양측의 협상에 새로운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면협상 제안한 서울시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대한항공측에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2부시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과의 대면협상을 제안했다. 대면협상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협상타결을 위해 지시한 사항이다. 당초 서울시는 박 시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회동을 추진했지만, 박 시장 사망으로 무산됐다.

서울시는 오는 26일 열리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던 송현동 부지 관련 북촌지구단위 계획변경안 상정도 연기했다. 변경안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3만6642㎡ 규모의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에서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내부 사정일뿐 공원 지정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항공업계에선 서울시가 대한항공과의 협상을 위해 공원 지정을 잠정 연기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처한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현금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이 땅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알짜 부지’로, 시세는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자 서울시는 지난 5월 말 이 곳을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땅은 북촌지구단위계획구역상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 12m(3층) 높이를 초과한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주택 외 상업시설 건축도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원으로 지정되면 건축행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 발표 이후엔 15개 업체가 입찰 참가의향서를 냈지만, 서울시의 공원화 발표 이후 지난 6월 진행된 입찰엔 단 1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비판여론 의식했나
서울시는 감정평가를 거친 실제 매각가는 부지보상비로 책정된 4670억원보다 높을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대한항공을 설득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월 부지보상비로 4670억원을 제시했다. 시 관계자는 “향후 감정평가를 거치면 통상 부지보상비보다 금액이 높아질 수 있다”며 “부지매입 외 추가 지원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분할 지급하겠다는 계획에서도 한 발 물러나 연내 일괄지급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매각협상이 실패하면 현행법상 강제수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서울시는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을 틈타 민간기업의 땅을 강제로 빼앗았다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5000억원 가량의 시세에 근접하는 금액에 대한 일괄지급을 대한항공측에 제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금 확보 한시가 급한 대한항공
대한항공측은 서울시 제안에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송현동 부지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최종 권고를 지켜본 후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서울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권익위에 민원을 제출했다. 권익위는 오는 20일 양측 관계자가 참석하는 조정회의를 열 예정이다. 다만 권익위 결정은 강제권한이 없는 권고다.

대한항공의 속내는 복잡하다.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한 경쟁입찰을 통한 부지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간업체가 건축행위가 어려운 이 땅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와의 수의계약이 사실상 유일한 매각방법이라는 얘기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추가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올 2분기에 화물영업 덕분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14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3분기에도 이런 실적이 계속될 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고민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매각대금을 얼마나, 언제 받을 수 있을지가 향후 협상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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