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로 낮춘 전·월세전환율, 효과 발휘 힘든 이유 [최진석의 부동산 팩트체크]

입력 2020-08-19 08:57   수정 2020-08-19 10:23


정부가 ‘임대차 3법’의 후속조치로 전·월세전환율을 낮췄습니다. 현재 4%인 전·월세전환율을 2.5%로 낮추기로 한 것이죠. 전·월세상한제(5%)와 계약갱신청구권제(2+2년) 시행으로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보증부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전·월세전환율을 2.5%로 정한 근거는 무엇일까요? 또 이로 인해 월세 부담은 얼마나 낮춰질까요? 효과는 있을까요? 체크해보겠습니다.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달 초부터 전·월세전환율을 조정을 검토해왔습니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전·월세전환율은 ‘기준금리+3.5%’로 돼 있습니다. 이 공식은 2016년 기준금리가 2.5~3.0%였을 때 대통령령으로 정했습니다. 현재는 기준금리가 0.5%이니 기준금리 수준에 비하면 3.5%는 과한 수준입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달 초 이런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5억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2억원의 월세(반전세)로 전환할 경우 3억원에 현행 4%를 적용하면 1년에 1200만원, 월 100만원을 월세로 내야 합니다. 일반 직장인 입장에선 굉장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죠. 금리가 2~3% 정도인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3억원에 대해 월이자 62만5000원(금리 2.5% 기준)을 납부하면 됩니다. 시중금리보다 월세 전환율이 더 높은 것이죠. 앞으로 전·월세전환율이 2.5%로 낮아지면 세입자 입장에선 은행에 납부하는 이자와 집주인에게 주는 월세가 비슷하게 됩니다. ‘은행 이자 수준으로 월세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전·월세전환율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명시돼 있어 이를 수정만 하면 된다. 법률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를 거쳐야 할 필요가 없죠.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시행령 개정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늦어도 다음달에는 2.5%의 전환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문제점이 있습니다. 현재 전·월세전환율은 법적 기준일 뿐 강제성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이를 무시한 채 세입자에게 높은 월세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죠. 세입자 입장에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순 없다면 집주인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줘야 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환율을 반드시 지키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이달초 전·월세전환율보다 높은 월세를 받을 경우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전·월세전환율을 지키지 않을 수 없겠죠.

더 큰 문제점도 있습니다. 현행 제도 하에선 전·월세전환율을 낮춰도 새 계약을 맺을 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전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맞을 때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큰 폭으로 올리거나, 인상된 전셋값을 바탕으로 월세를 산정하면 아무리 2.5%를 적용해도 금액이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죠. 세입자가 집주인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판단할 경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신고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세입자의 경우 집주인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가격 협상을 하게 됩니다. 또 위원회에 간다고 해서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집을 알아볼 가능성이 높죠.

결국 또 추가적인 보완책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임대차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뒤 땜질식으로 후속조치를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죠. 전환율을 낮추고 이를 지키도록 강제해도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수익률 저하와 규제 강화로 인해 임차시장에 임대주택 공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전셋값이 급등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 사는 집을 두고 강도 높은 규제와 문제점, 보완책이 쳇바퀴 돌듯 반복되면서 많은 분들이 혼란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책을 내놓을 때는 보다 신중하고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눈에 보이는 부작용을 외면한 채 “문제점 발생 시 후속조치를 내놓겠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무책임하게만 느껴집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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