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잭슨홀 회의에 쏠린 눈…Fed '속내' 드러내나

입력 2020-08-23 17:06   수정 2020-08-24 00:48

올해 잭슨홀 미팅은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화상으로 열린다. 여름 휴가철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이 회의에서 다룰 핵심 의제는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제시된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수익률 곡선 통제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내용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계속 오르긴 하지만, 상승률이 둔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성장률과 물가가 동시에 마이너스 국면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으로 악화된다. 금융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처럼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추진할 때 발생한다.

모든 위기는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실물경제 위기 순으로 거치는 것이 전형적인 경로다. 위기 극복도 이 수순을 밟으면서 단계마다 순조롭게 이행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아시아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과 같은 다중복합적 위기는 단계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을 노출했다.

코로나 사태 직후 Fed의 통화정책에 벤치마크가 되고 있는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상황을 되짚어보면 초기에는 시스템 작동을 전제로 한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오히려 ‘끓는 기름에 물 붓는 격’이었다. 화들짝 놀란 Fed는 금리정책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서너 단계씩 내리는 ‘빅 스텝’ 방식으로, 유동성 조절 정책은 ‘양적완화’로 전환했다.

문제는 유동성 위기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데도 시스템 위기와 실물경기 위기 극복 단계로 순조롭게 넘어가지 못하는 ‘절연(insulation)’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출구전략 추진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코로나 사태가 겹쳤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이 있다. 급한 나머지 마중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정작 중요한 지하수를 끌어올리기에 앞서 흘러넘친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고유기능인 최종 대부자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들을 만큼 통화를 무제한 공급해 왔던 Fed가 7월 회의 이후 이 고민에 빠져 있다.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Fed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이후 닥칠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무제한 통화공급 기조를 지속해 나가면 주가 등 자산가격에 낀 거품이 더 심해진다. 실물경기도 과도한 금융지원이 오히려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꺾는 ‘코브라 효과’가 우려돼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요요 현상’ 때문에 임시회의 이후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해 나가는 경우보다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요요 현상이란 다이어트를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체중이 이전보다 더 불어나는 현상이다. 초기 다이어트 강도가 높을수록 체중이 더 불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7월 FOMC 의사록에서 수익률 곡선 통제 방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Fed가 구상 중인 수익률 곡선 통제 방식은 엄밀하게 따지면 2차 대전 이후 추진했던 금리 상한제를 결합한 ‘통화준칙’이다. 이 준칙에서는 시장금리가 금리 상한선을 넘어가면 자동적으로 채권을 매입해 시장금리를 떨어뜨리고 통화를 공급한다.

지난 3월 임시회의 이후 무제한 통화공급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현재 여건에서 Fed의 통화정책도 변화를 줘야 한다. 유동성 위기를 수습한 이후 이제는 더 급해진 시장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실물경기를 조속히 회복시켜야 한다. 굳이 따진다면 전자는 Fed, 후자는 재정정책을 맡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몫이다.

시장경제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전제인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가정이 흐트러지면 안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돈이 많이 풀리면서 제품의 가치와 가격 간 괴리가 심해져 이 전제가 시장(특히 주식시장)에서는 깨진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더 방치하다간 시장 기능을 복원시키지 못하고 Fed의 통화공급에만 연연하는 시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제품은 ‘가치’대로 ‘가격’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의 ‘창조적 파괴 정신’이 고취되고 소비자의 ‘공짜 심리’가 사라지면서 합리적인 소비행위가 정착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에 맞게 시장조성 여건과 경제주체의 역할이 재조정돼야 시장경제의 장점이 살아나면서 실물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그 해답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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