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바이든 대세론의 허실

입력 2020-08-24 17:53   수정 2020-08-25 00:32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는 이 메시지 하나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1989~1993)의 연임 시도를 좌절시켰다. 부시는 지미 카터(1977~1981)에 이어 연임하지 못한 열두 번째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그만큼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은 재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선다. 상대당 후보가 그런 현직 대통령을 꺾으려면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뜻도 된다.

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오는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하면 미국은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일단 바이든에게 유리하다. 지난 3월 이후 격차를 벌리면서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가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의 지지율이 50%로 트럼프보다 9%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장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이맘때쯤에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보다 지지율에서 9%포인트 지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뒤집었다.

게다가 바이든의 단점은 ‘메시지’가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저 ‘트럼프 타도’를 기치로 내세운다. 즉 ‘바이든이 잘하냐’가 아니라, ‘트럼프가 얼마나 못하냐’가 이번 대선의 관건이다.

바이든의 나이(77세)도 약점이다. 미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하는 평균 나이는 55세 3개월이었다. 그동안 취임일 기준 가장 연로한 대통령이 바로 트럼프로, 2017년 1월 20일 취임 당시 만 70세 220일이었다. 트럼프의 약점 중 하나가 나이였는데, 바이든이 후보가 되자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됐다. 민주당이 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를 뽑는 데 두 달 이상이 걸린 것도 바이든의 나이 탓이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바이든은 트럼프 타도를 위한 4년짜리 ‘과도기’ 대통령이라는 시각이 많다.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전은 언제나 예측 불가하다. 대세론이 일어나면 덩달아 좇아가는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나지만, 너무 일찍 바람이 불면 많은 견제를 받아 순식간에 인기가 꺾이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까지 회자되던 이낙연 전 총리의 대세론이 벌써 희미해지고 있다. 직전 미 대선에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도 마찬가지였다. 바이든은 힐러리의 길을 걷게 될까, 아니면 그의 남편 빌의 경로를 밟게 될까.

김현석 논설위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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