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을 때 즐겨야죠"…수영장·여행지에 몰려든 '파티 피플'

입력 2020-08-27 09:31   수정 2020-08-27 09:33



"지금이 가장 사람이 적은 시기잖아요. 여유로운 휴가를 보내려고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다녀왔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폭발적인 확산세 속에서도 풀파티와 여행 등 감염 위험이 있는 활동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의 감염 공포가 8개월 째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 확진자수가 무려 20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역시 신규 확진자수가 연일 200~300대를 기록하면서 정부는 결국 지난 23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그 가운데 지난 21일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대규모 맥주 축제가 열려 논란이 일었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우한시는 수영장에서 대규모 파티를 벌여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여전히 세계 각국의 많은 이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 우한에서 대규모 축제를 개최한 데 대해 일부 중국 매체는 두달 넘는 기간 동안 봉쇄를 견딘 1100만 우한 주민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 겪었던 고통을 잊은 듯 삼삼오오 풀장에 모여있는 모습은 단숨에 거센 비난을 샀다.

그런데 의외로 최근 온라인 상에서 여행 및 각종 파티 인증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풀파티', '게스트 하우스'를 검색하면 국내에서도 수영장과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불특정 다수와 함께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사진이 넘쳐난다.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비누거품,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파티를 즐기고 인증 사진을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먹고 마시며 즐기는 파티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한 이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고급 호텔 등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열리는 '풀파티'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풀파티'란 큰 수영장에서 음악과 춤을 즐기는 파티를 의미한다.

강원도 강릉 소재 A 호텔과 전남 여수의 B 호텔, 경남 사천에 위치한 C 리조트와 제주도의 D 호텔은 모두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풀파티를 진행하고 있다. 수영장에 입장 후 시간대를 나눠 비누거품을 쏘고 음악을 들으며 파티를 즐기는 방식이다. 현재까지는 정부 지침에 따라 100명 이하의 인원만 수영장에 수용하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경우 인원 제한 없이 이용객을 받을 수 있다. 강릉의 E 호텔의 경우 9월 1일부터 애견 동반 풀파티도 진행 예정이다.

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는 풀파티 등을 주최하는 호텔 측은 정부 지침에 따라 입수 전까지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고 있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풀파티가 열린 4개의 호텔 관계자들은 한경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열 체크를 필수로 하고 있으며 방역지침을 지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방문객들이 체감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지난 23일 A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며 풀파티를 즐긴 유모 씨(26)는 "오랜만의 휴가인데 집에만 있고 싶진 않았다"며 "외식을 하고 밖을 돌아다니는 것과 수영장을 가는 게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눈 딱 감고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수영장에 입장하니 물에 들어가기 전에도 마스크를 끼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이용객이 굉장히 많아 조금 걱정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여수에 위치한 B 호텔의 풀파티에 다녀온 강모 씨(27) 역시 "수영장 밖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했다"면서도 "하지만 수영장 내부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선택 사항이었기 때문에 수영장 밖에서의 방역 지침이 무용지물인 건 사실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같이 수영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공개한 사회적 거리두기 안전 수칙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돌입한 뒤 공공 다중시설은 운영을 중단했다. 반면 호텔 수영장과 같은 민간 다중시설의 경우 운영과 관련한 제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파티에 익숙한 2030 세대가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리며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23일 충청남도 보령시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파티를 즐긴 박모 씨(23)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니 친구들도 다들 많이 지쳤다"며 "솔직히 말하면 '될 대로 돼라'는 심정으로 파티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만나고 노는 걸 좋아하는데 집에만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해져 파티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잠깐의 방심이 더 큰 코로나19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수도권 교회와 광복절 광화문 집회 외에도 여행모임, 동호회, 목욕탕, 아파트, 미용실 등 일상생활의 주요 공간을 고리로 새로운 감염 사례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MobileAdNew center -->정부는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잇따르면서 신규 확진자가 연일 세 자릿수를 이어가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현행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리는 방안까지 열어 놓고 환자 발생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 내과 교수는 "수영장 물 자체가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수영장 이용객들이 물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 나와 음료도 마시고 탈의실에서 타인과 접촉도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마스크를 벗고 활동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파주 스타벅스' 사태와 같은 집단감염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이어 "굳이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야 한다면 불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이지민 인턴기자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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