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 '뒷광고' 논란

입력 2020-08-28 18:08   수정 2020-08-29 02:19

“샌드위치 맛있지만 내 블로그엔 안 쓸 거예요. 당신을 밀어주고 싶으니까. 내가 투자하는 사업은 글로 못 쓰거든요.”

영화의 마지막 부분. 램지는 칼의 샌드위치 사업에 투자하겠다며 이렇게 말한다. 인플루언서로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직접 투자한 상품에 대한 리뷰를 쓰진 않겠다는 얘기다. 램지의 발언은 ‘인플루언서 경제’의 특징을 보여준다. 인플루언서들은 솔직한 사용 경험을 대중에게 공유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반대로 신뢰가 깨질 경우 소비자들의 큰 반발을 부른다.

최근 유튜브에서 벌어진 ‘뒷광고’ 논란이 대표적이다. 객관적인 것처럼 제품을 소개한 유명 유튜버들이 뒤로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뒷광고인 줄 모른 채 유튜버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선 ‘사기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위 인플루언서 계정의 광고 게시글 중 경제적 대가를 밝힌 비율은 29.9%에 불과했다.

광고 생태계가 ‘인플루언서 경제’로 급변하고 있는데, 제도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튜브 통계분석 스타트업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국내 개인 유튜브 채널 중 광고 수익을 올리는 채널은 5만 개가 넘는다. 이 중 3800여 개는 연 8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이 억대에 달하는 구독자 100만 명 이상 채널만 331개나 된다. 하지만 공정광고 기준을 담고 있는 현행법은 적용 대상을 사업주에만 한정하고 있다. 광고주가 아닌 인플루언서에겐 벌금 등을 부과할 근거가 없다.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는 해외에서도 논쟁이 뜨겁다. 프랑스는 뒷광고를 한 인플루언서에게 최대 2년의 징역이나 30만유로(약 4억200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벨기에는 광고 표시가 없는 광고 영상을 당국이 강제로 삭제할 수 있고, 최대 8만유로(약 1억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최근 뒷광고 논란이 벌어진 뒤 공정거래위원회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게재된 동영상 콘텐츠에 광고 표시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내용의 지침 개정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정부 규제가 인플루언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과도하게 광고 표시를 강제할 경우 ‘음지 광고’가 오히려 늘어나고, 그동안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스스로 시장을 키워온 인플루언서들의 창의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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