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양 누르니 '임대'로 풍선효과…청주서 10만명 '폭주'

입력 2020-09-01 13:52   수정 2020-09-01 14:04


정부가 주택 소유를 규제하고 아파트 분양 조건을 까다롭게 수정하면서 엉뚱한 곳에서 풍선효과가 나왔다. 충북 청주시에서 모집한 8년 임대주택에 10만명이 넘는 신청자가 폭주했다. 몰려드는 접속자에 홈페이지는 다운된 상태이며 현장에는 전화연결조차 되지 않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광건영이 충북 청주시 오송읍 봉산리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 B1블록에 짓는 ‘KTX오송역 대광로제비앙’ 온라인 청약에서 1516가구 모집에 10만5016건이 접수됐다. 평균 경쟁률로는 69대 1을 기록했다. 지난 28일부터 4일간 청약접수를 받았고, 이날 정오(12시)에 당첨자를 뽑았다. 당첨자를 뽑는 시간 안팎으로 접속자가 몰리면서 홈페이지는 다운이 반복되고 있다.

KTX오송역 대광로제비앙은 8년간 거주하면서 분양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민간임대 아파트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 가능하다. 청약통장 유무나 주택 소유 여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청약조건은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과 비슷하지만 임대아파트다보니 소유는 아니다.
자격없는 민간임대 아파트, 전국에서 청약자 몰려

올해 가장 많은 청약자를 기록한 곳은 지난 2월 청약을 받았던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였다. 규제가 나오기 직전에 공급되면서 1순위에서 15만6505명의 청약자를 모았다. 2위는 5만8021명이 청약한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였다.

KTX오송역 대광로제비앙은 분양은 아니지만, 청약자만 놓고 봤을 때에는 올해 2위를 기록하게 됐다. 분양 관계자는 "KTX· SRT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오송역세권에 있는데다, 최근 논의중인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등의 개발호재가 풍부해 문의가 많았다"면서도 "이렇게까지 전국적으로 청약자들이 몰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로만 이뤄진 1516가구다. 임대보증금이 1억51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됐다. 1차 계약금은 1000만원, 나머지는 한달 이내에 내면된다. 중도금은 무이자여서 실제로는 입주지정일에 잔금을 치르면 되는 구조로 짜여졌다. 특히나 청약금이 30만원이었다. 청주는 물론이고 세종, 서울 등 전국적으로 청약이 나왔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얘기다.

청약을 신청했다는 청주에 사는 김모씨는 "수도이전 얘기가 나오는 세종시에서 분양을 받으려면 불안하게 일반 아파트에 전세를 사는 것보다는 기업형 8년 임대가 나은 것 같다"며 "전셋값만 보더라도 1억원대인데다 주택수에 들어가지 않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무주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업형 임대가 낫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잇단 규제로 수도권을 비롯해 대전, 청주 등 주요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상태다. 때문에 무주택을 유지하거나, 새 아파트에 살고 싶은 유주택자들이 임대아파트를 찾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용인서도 2만6033명 신청하기도

지난 7월 제일건설(주)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공급하는 기업형 임대 아파트 ‘신광교 제일풍경채’의 임차인 모집에서도 청약자들이 쏠렸다. 1766가구를 모집하는데 2만6033명이 신청하면서 평균경쟁률 14.74대 1을 기록했다.

기업형 임대 아파트로 최소 임대이 8년인데다, 임대료 상승률이 5% 이내로 제한됐다. 정부의 6·17대책 발표로 용인시 기흥구와 수원시 일대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신청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새 아파트에서 안정적으로 무주택을 유지하면서 새로 나올 아파트의 청약을 노릴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실수요자건 투자자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분양을 선호하는게 당연했지만, 최근에는 정부의 규제로 분위기가 변하는 것 같다"면서도 "청주 부동산 매매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는 와중에 임대 청약에 10만명이 넘게 몰린 건 섣불리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주 부동산 시장은 지난 6·17대책이 나온 이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청주의 7월 아파트 거래량은 1562건으로 전달(3967건)보다 60.6% 줄었다. 방사광가속기 유치 호재로 시장 분위기가 과열됐던 지난 5월(5410건)과 비교하면 71%(3848건)가 감소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분양된 아파트는 한 곳도 없었다.

청주 시장의 과열을 이끈 요인 중 하나로 여겨졌던 외지인의 매입량도 후퇴했다. 서울시와 타 시·도 거주자 매입량은 지난 7월 기준으로 578건이었다. 지난 5월 2048건에서 71% 쪼그라들었다. 방사광가속기 호재와 함께 들썩였던 아파트들은 거래체결이 더뎌졌다. 매수세는 급감했지만, 집주인은 호가를 잘 내리지 않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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