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년 연속 '초슈퍼 예산'의 어두운 그림자

입력 2020-09-01 17:52   수정 2020-09-02 00:14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8.5% 늘린 555조8000억원으로 확정해 의결했다. 작년과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증가율이 8%를 넘는 초슈퍼 팽창 예산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에 89조7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키로 했다. 금년에 이어 2년째 총지출 규모가 총수입을 넘는 적자예산을 짠 것이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충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의결한 내년 예산안을 뜯어보면 걱정스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나랏빚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예산안대로라면 내년 국가채무는 945조원으로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39.8%에서 내년 46.7%로 6.9%포인트 폭등하는 것이다. 2022년엔 국가채무비율(50.9%)이 사상 처음으로 50% 선을 넘고, 채무 규모는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나랏빚은 더 급속히 늘어날 게 뻔하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데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대외신인도 추락이 우려스럽다.

또 ‘밑 빠진 독’에 쏟아붓는 예산이 너무 많다. 정부는 보건·복지·고용 분야에만 올해보다 19조4000억원 늘어난 199조9000억원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예산 집행 행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사라진 일자리를 재정 투입을 통한 공공 일자리로 메워왔다. 보건·복지 예산도 퍼주기식 ‘문재인 케어’와 현금 살포에 방만하게 쓰였다. 이런 낭비요인을 그대로 둔 채 정책 실패를 또 재정으로 땜질하는 식의 예산을 짠 것이다.

문제투성이 예산안을 국회가 정밀하게 심사할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 거대 여당이 장악한 국회는 이미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재정 퍼주기에 관한 한 여당이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고, 야당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런 판국에 고삐 풀린 재정의 실효성을 꼼꼼히 따지고 낭비 예산을 칼질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정은 국민이 정부에 국가를 운영하라고 맡긴 세금이다. 정부는 아껴 쓸 의무가 있다. 또 코로나19가 정부·여당에 재정을 마구 써도 된다는 면허증을 발급한 것도 아니다. 5년 내내 재정 폭주를 지속한 뒤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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